카이펑의 채소시장 관리실 근처에 있는 류팡의 회사. 최근 갑자기 청산 절차에 들어가 의혹을 사고 있다. 오른쪽 아래가 운전사 류팡의 신분증 사진.
주식으로 대박…방송사 추적 결과 운전사로 판명
이름만 빌린 사모펀드 추정도…탈세 의혹도
이름만 빌린 사모펀드 추정도…탈세 의혹도
“증권왕인가 탈세범인가?”
중국 증시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류팡(32)의 정체가 세간에 화제를 뿌리고 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최근 그의 행적을 추적한 프로그램을 내보낸 이후,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한 탈세범이라는 혐의까지 덧씌워지면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중국 증시에서 떼돈을 번 이들의 정체를 쫓는 ‘제2의 류팡 찾기’ 보도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는 주식 투자를 통해 1년도 채 안 돼 1억5천만위안(약 2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신비의 인물이다. 손대는 주식마다 대박을 터뜨려 개미투자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올해 1분기에 주당 4위안에 매입한 에스티(ST) 진타이라는 회사의 주가는 몇 달 만에 6배가 넘는 26.58위안으로 급등했다. 퉁쥔거, 촨화, 산뎬리, 싼환, 카이디뎬리 등 다른 주식들도 모두 황금주로 떠올랐다.
〈중국중앙텔레비전〉은 1일 ‘경제 30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그의 행적을 추적했다. 우선 증시에 등록된 대로 카이펑 공상국에서 그가 세운 신펑상마오라는 회사의 소재지를 확인했다. 그는 카이펑 변두리 채소시장 관리실 근처에 입주한 이 회사의 공동설립자로 등록돼 있었다. 그러나 임대료가 연간 600위안에 불과한 이 회사에서 증권왕 류팡의 존재는 확인할 수 없었다.
취재진은 이번엔 그의 신분증에 적힌 주소를 찾아 정저우로 갔다. 한 서민아파트의 문을 두드리니 신분증 사진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나왔다. 그는 “당신이 류팡이냐”는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는 자가용 운전사로 일하며 부모를 모시고 사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거실과 방 셋으로 구성된 그의 집 역시 주변 아파트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보도가 나가자 신펑상마오는 3일 회사 등기 취소 공고를 냈다. 갑자기 회사를 청산하는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정저우의 류팡도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한 채 칩거에 들어갔다. 한 경제평론가는 증권왕 류팡이 실제로는‘사모펀드’이며, 운전사 류팡의 명의를 빌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카이펑의 한 매체는 그가 차명으로 주식을 거래했다면 엄연한 불법이고, 회사 이름으로 주식에 투자했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탈세 의혹은 신펑상마오가 에스(S)페이야다라는 회사의 주식에 투자해 5200만위안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면서 더욱 확산됐다. 중국에선 회사가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올렸을 경우 수익금의 33%를 기업소득세로 내야 한다. 규정대로라면 신펑상마오는 1700만위안에 가까운 세금을 내지 않은 셈이다. 논란이 일자 카이펑 세무국은 이 회사에 대한 전면적인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중국 매체들은 또다른 류팡을 찾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누구는 주식에 투자해 1억위안을 벌었다, 누구는 20억위안이 넘는 떼돈을 벌었다며, 이들 증권귀재들의 정체를 밝히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증시에 몰아친 투자광풍에서 소외된 이들의 불만이 중국 증시의 제도적 허점에 대한 비판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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