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별 원유 하루 수출
산유국·업체 올해만 2조달러 목돈…수입국은 하루 45억달러 더써
러시아 ‘석유달러’호황
국고 풍족 입김 세져
미국은 엎친데 덮친격
재정·무역적자 눈덩이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한 원유 가격이 세계적인 ‘부의 재편’을 불러오고 있다. 석유 수입국들은 5년 전에 비해 날마다 40억~50억달러씩 더 치르고 있고, 산유국과 석유메이저들은 올해만 2조달러를 더 챙겼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1일 보도했다. ■ 오일머니 넘치는 산유국=최대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는 늘어난 오일달러를 새도시 네 곳 건설에 투입하고 있다. 사우디는 서부 해안에 뉴욕 맨해튼의 세 배 면적, 인구 200만명의 메가시티를 건설 중이다. 압둘라 국왕의 이름이 붙은 이 경제도시 건설을 위해 270억달러를 투입한다. 사우디는 이런 막대한 재정 지출에도 부채를 이미 청산하고, 지난 9월 현재 2620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1998년 디폴트를 경험한 제2의 수출국 러시아는 지난 9월 현재 외환보유고 4250억달러로, 세계 4위의 외환보유국이 됐다. 연방예산은 99년에 비해 10배로 늘어났고, 1500억달러를 금융위기에 대비한 ‘안정화 기금’으로 돌려놓고 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는 오일달러에 기대 미국에 맞서는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베네수엘라는 저가 석유공급을 통해 미국의 텃밭인 남미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란이 핵개발 의혹에서 비롯한 국제사회 제재를 견뎌내는 발판 또한 오일달러다. 신흥 수출국인 수단의 수도 하르툼은 다르푸르 문제로 비롯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아랑곳않고 흥청대고 있다. 차드는 오일달러로 경제 개발보다는 신무기 구입에 열을 올린다. ■ 석유 수입국의 고민=미국에선 고유가와 기록적 달러 약세가 맞물리면서 △저축 감소 △인플레이션 △무역·재정적자의 급증이 우려되고 있다. 세계 석유생산의 9%를 소비할 정도로 석유소비가 급증한 중국은 지난 1일부터 석유 판매값을 10% 올렸다. 공급 부족으로 전국적으로 배급제를 시행하고, 휘발유를 구하려는 장사진이 새로운 풍속도가 됐다. 전체 석유 소비의 7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는 심각한 정치적 파장 때문에 국내 석유가를 올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연합 쪽은 유로화의 초강세 덕분에 그나마 완충효과를 보고는 있으나, 기름값 인상으로 자동차 운전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한국처럼 100% 석유를 수입하는 일본은 고유가에 가장 적응한 나라로 꼽힌다. 석유 의존도를 줄여 1973년 오일쇼크 때에 비해 경제규모가 두 배로 늘었으나, 석유 수입은 오히려 16% 줄었다. 유가 상승이 물가 상승을 압박한다는 점에서 일본도 고유가 시대의 패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석유 사용을 줄인 연료겸용차 생산의 선두주자인 도요타만은 분명한 승자다. <워싱턴포스트>는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가 넘는 부의 재분배가 중단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 고유가는 일시적 부의 이전을 가져 왔던 과거의 오일쇼크와 달리 4년 이란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 상당기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국고 풍족 입김 세져
미국은 엎친데 덮친격
재정·무역적자 눈덩이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한 원유 가격이 세계적인 ‘부의 재편’을 불러오고 있다. 석유 수입국들은 5년 전에 비해 날마다 40억~50억달러씩 더 치르고 있고, 산유국과 석유메이저들은 올해만 2조달러를 더 챙겼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1일 보도했다. ■ 오일머니 넘치는 산유국=최대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는 늘어난 오일달러를 새도시 네 곳 건설에 투입하고 있다. 사우디는 서부 해안에 뉴욕 맨해튼의 세 배 면적, 인구 200만명의 메가시티를 건설 중이다. 압둘라 국왕의 이름이 붙은 이 경제도시 건설을 위해 270억달러를 투입한다. 사우디는 이런 막대한 재정 지출에도 부채를 이미 청산하고, 지난 9월 현재 2620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1998년 디폴트를 경험한 제2의 수출국 러시아는 지난 9월 현재 외환보유고 4250억달러로, 세계 4위의 외환보유국이 됐다. 연방예산은 99년에 비해 10배로 늘어났고, 1500억달러를 금융위기에 대비한 ‘안정화 기금’으로 돌려놓고 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는 오일달러에 기대 미국에 맞서는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베네수엘라는 저가 석유공급을 통해 미국의 텃밭인 남미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란이 핵개발 의혹에서 비롯한 국제사회 제재를 견뎌내는 발판 또한 오일달러다. 신흥 수출국인 수단의 수도 하르툼은 다르푸르 문제로 비롯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아랑곳않고 흥청대고 있다. 차드는 오일달러로 경제 개발보다는 신무기 구입에 열을 올린다. ■ 석유 수입국의 고민=미국에선 고유가와 기록적 달러 약세가 맞물리면서 △저축 감소 △인플레이션 △무역·재정적자의 급증이 우려되고 있다. 세계 석유생산의 9%를 소비할 정도로 석유소비가 급증한 중국은 지난 1일부터 석유 판매값을 10% 올렸다. 공급 부족으로 전국적으로 배급제를 시행하고, 휘발유를 구하려는 장사진이 새로운 풍속도가 됐다. 전체 석유 소비의 7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는 심각한 정치적 파장 때문에 국내 석유가를 올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연합 쪽은 유로화의 초강세 덕분에 그나마 완충효과를 보고는 있으나, 기름값 인상으로 자동차 운전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한국처럼 100% 석유를 수입하는 일본은 고유가에 가장 적응한 나라로 꼽힌다. 석유 의존도를 줄여 1973년 오일쇼크 때에 비해 경제규모가 두 배로 늘었으나, 석유 수입은 오히려 16% 줄었다. 유가 상승이 물가 상승을 압박한다는 점에서 일본도 고유가 시대의 패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석유 사용을 줄인 연료겸용차 생산의 선두주자인 도요타만은 분명한 승자다. <워싱턴포스트>는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가 넘는 부의 재분배가 중단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 고유가는 일시적 부의 이전을 가져 왔던 과거의 오일쇼크와 달리 4년 이란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 상당기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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