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외환보유고 운영 어려워” 이례적 언급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19일 달러 약세로 막대한 외환보유고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총리가 달러 관리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날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달러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국·중국·일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원 총리는 이날 싱가로프국립대에서 “예전에 중국이 보유한 외환 규모가 크지 않았을 때는 (달러 가치로 인해) 큰 압력을 받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제는 (막대한 규모로 인해) 보유 외환의 가치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1조4300억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60~70%를 미국채와 달러, 그리고 다른 달러 표시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나머지는 대부분 유로이며, 엔도 일부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넘쳐나는 외환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최근 2천억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출범시킨 바 있지만, 전체 외환 규모에 비하면 매우 적은 양이다.
원 총리는 위안 환율 문제와 관련해 “환율변동폭을 확대할 것이지만, 자본계정 태환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종전 방침을 되풀이했다. 과열 우려를 빚고 있는 증시에 대해선 “중국 증시는 시작한 지 10여년밖에 되지 않아 10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서구에 비해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증시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거시정책 아래 기업의 구조조정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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