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 원저우의 한 가게에 동전을 가져오면, 물건값을 20% 깎아주고 작은 선물도 준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인터넷 뉴스사이트 <원저우왕>
집안 돼지저금통에 사장돼 잔돈 거래 큰 불편
동전 결제 손님에겐 선물 공세에 가격 할인도
동전 결제 손님에겐 선물 공세에 가격 할인도
“동전 98위안을 가져오면 100위안을 드립니다.”
중국 저장성 원저우의 한 편의점에 붙은 안내문이다. 동전을 급히 구한다며, 동전을 가져오면 선물을 주겠다는 곳도 있다. 한 선물용품 가게는 “1위안짜리 동전 50개를 가져오면 물건값을 20% 깎아준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상점에서 손님들에게 내줄 동전이 모자라자 동전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요즘 중국의 동전 부족 현상을 보여주는 진풍경이다.
은행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한 신문은 “은행에서 3만위안을 1위안짜리 동전으로 바꾸려 해도 4천위안어치밖에 받지 못한다”며 “이를 다시 5마오(1위안=10마오)짜리 동전으로 바꾸려 하면 500위안어치만 받고 돌아서기 일쑤”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사정이 이렇다보니 곳곳에서 ‘동전 토론’이 벌어진다”며 “허리에 다시 전대를 차고 동전을 간수해야 할 판”이라고 한탄했다.
한쪽에선 상인들에게 동전을 전문적으로 바꿔주는 ‘암시장’이 번창하고 있다. 암시장에선 대개 125위안을 받고, 100위안어치의 동전을 바꿔준다. 동전을 바꿔주는 대가로 25위안을 챙기는 셈이다. 그래도 상인들은 손님들에게 잔돈을 거슬러주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버스회사들은 승객들한테서 받은 동전을 근처 상점에 팔아 짭짤한 부수입을 올린다.
시중에서 이처럼 동전이 돌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웬만한 집이면 하나씩 있기 마련인 돼지저금통이 동전을 먹어치우는 것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동전이 돼지저금통에 매장돼 상점이나 식당, 행상인은 물론 은행까지 동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광저우의 한 은행원은 “중앙은행이 연초에 공급하는 동전은 연말이 되면 대부분 저금통에 쌓인다”고 말했다.
최근 치솟고 있는 물가도 동전 부족을 부채질하고 있다.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자 어른들도 동전이 생기면 허투루 쓰지 않고 저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상대적으로 물가 오름세가 가파른 중국 남동부의 도시들에서 동전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006년 이후 4천만위안 상당의 동전을 공급한 산둥성에선 대부분 동전이 가정에 묶여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이 동전을 모아 갖고 오는 고객들에게 ‘동전 세는 비용’을 물리는 것도 동전 유통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꼽힌다. 랴오닝성 선양에 사는 장아무개씨는 “600위안 상당의 동전이 든 보따리 2개를 들고 은행을 찾아갔더니 동전 세는 비용으로 600위안을 내라고 해 그냥 돌아왔다”고 말했다. 상하이의 한 은행 직원은 “동전을 세기 위해 하루 평균 40명의 직원을 쓰고 있다”며 “동전 세는 비용을 고객에게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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