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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동방항공 인수전’ 중국판 기업쟁탈 신호탄

등록 2008-01-09 19:34수정 2008-01-09 20:03

‘동방항공 인수전’ 중국판 기업쟁탈 신호탄
‘동방항공 인수전’ 중국판 기업쟁탈 신호탄
“싱가포르항공 인수가 낮다” 주총서 부결
더 높은 가격 제시한 중국국제항공 유력
중국국제항공(에어 차이나), 남방항공과 함께 중국 3대 민항 가운데 하나인 동방항공 지분을 인수하려던 싱가포르항공의 계획이 중국국제항공의 반격으로 무산됐다.

동방항공 주주총회를 무대로 펼쳐진 싱가포르항공과 중국국제항공의 대결은 중국에서도 미국 월스트리트의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을 방불케 하는 기업쟁탈전이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동방항공 주주들은 8일 상하이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싱가포르항공의 동방항공 지분 인수 제안을 표결에 부쳤다. 싱가포르항공은 앞서 지난해 9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함께 동방항공의 지분 24%를 주당 3.8홍콩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71억6천만홍콩달러(8611억6760만원) 규모의 이 거래를 통해 동방항공과 전략적 제휴를 강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제안은 이날 주총에서 무참히 부결됐다. 동방항공 주식 가운데 홍콩에 상장된 에이치(H)주의 78%, 본토에 상장된 동방항공 에이(A)주의 94%가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홍콩에 상장된 동방항공의 주식 12.07%를 보유한 중국국제항공도 부결에 적극 가담했다. 동방항공 소액주주 우이핑은 “싱가포르항공의 인수가가 너무 낮아 주주들이 손해를 보게 될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동방항공 주주들의 거부는 정치적으로 승인된 국영기업의 거래에 대한 ‘월스트리트식 반란’으로 평가된다. 동방항공은 1997년부터 2002년 사이에 5개 항공사를 합병하면서 적자가 쌓였다. 3대 민항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거래를 통해 동방항공의 적자를 보전하고, 중국국제항공이 주도하는 항공업계에 경쟁구도를 촉진할 계획이었다.

이번 부결에는 중국국제항공의 견제가 크게 작용했다. 중국국제항공은 표결을 앞두고 동방항공의 주식을 주당 5홍콩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아 판세를 흔들었다. 이는 싱가포르항공이 제안한 인수가보다 32%나 높은 것이다. 베이징에 기반을 둔 중국국제항공은 상하이 항공시장의 36%를 점하고 있는 동방항공에 이전부터 눈독을 들여왔다. 중국국제항공의 상하이 항공시장 점유율은 12%에 불과하다.

동방항공은 즉각 실망감을 표시했다. 리펑화 동방항공 사장은 주총 표결 직후 “동방항공은 돈보다 경쟁력이 필요하다”며 “선진 경영기법을 전수받을 수 있는 싱가포르항공과의 전략적 제휴가 최상의 선택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국제항공에 대해선 “우리와 같은 수준의 회사와는 협력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부결로 중국국제항공이 승기를 잡았다고 평가한다. 대한한공 베이징지점의 한 간부는 “중국국제항공 사장을 지낸 사람이 최근 민항총국장으로 임명됐다”며 “이는 동방항공 지분 쟁탈전에서 중국국제항공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중국국제항공은 22일께 동방항공에 구체적인 지분 인수 계획을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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