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실효환율 14개월만에 강세
달러대 환율도 31개월만에 최고
달러대 환율도 31개월만에 최고
2005년부터 계속돼왔던 엔 약세 장세가 끝나고 있다.
일본은행이 4일 발표한 엔화의 1월 실질실효환율(엔의 종합적 가치)은 1년2개월 만에 강세를 기록했다. 달러 대 엔 환율은 지난달 23일 104엔대를 돌파해 2005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22일 124.14엔까지 떨어졌던 엔 시세는 반년 만에 20엔 가까이 상승했다.
엔 상승세는 엔 약세의 쌍두마차 노릇을 해왔던 엔캐리 거래와 개인환투자가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제로금리에 가까운 일본의 엔을 빌려 고금리의 외환자산에 운용하는 엔캐리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이 이 사태의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잇따른 금리인하를 단행한 결과, 2006년 6월 5.25%였던 미-일 금리 차가 2.5%까지 축소됐다. 이에 따라 금리 차이를 근거로 한 엔캐리의 매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EM)의 통화선물거래를 보면 앤캐리 거래의 큰손이었던 헤지펀드 등 투기자금은 지난해 11월 이후 엔 순매입 우세 쪽으로 전환했다. 유로화 강세도 한풀 꺾일 조짐을 보이면서 엔 강세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개인의 외환투자 열기도 식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재, 투자신탁을 통한 외국증권 투자 순유출액은 약 1200억엔으로 지난해 7월에 비해 1/5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커지면서 개인들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2007년 9월 말 금융상품거래법 시행으로 금융기관이 투신판매에 소극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엔캐리와 개인투자의 영향력 약화로 시장에서는 1달러에 100엔대까지 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일본의 경기감속과 저금리의 장기화 전망이 강해 장기적으로는 엔을 매입할 이유가 적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크래디스위스은행의 경제분석가 오가사와라 사토루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외화투자 의욕은 뿌리깊다”며 엔 강세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자화가 진척되고 성숙경제에 진입한 일본은 성장률 면에서 미국·유럽, 신흥공업국과 격차가 생기기 쉽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엔 팔자’ 압력이 노출된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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