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기 불안감 확산으로 달러화 이탈 가속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 증폭으로 엔화 가치 급등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최근 일주일 동안 엔화 가치가 달러당 6엔 가까이 수직 상승했다. 4일 급등에 따른 반발로 엔화는 달러당 103엔대에서 거래됐으나, 곧 100엔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달러 가치가 100엔 이하로 내려가는 것은 1995년 12월 이후 12여년 만이다.
로열뱅크 오브 스코틀랜드의 분석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금융기관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3월 말 미국과 유럽시장을 다시 덮쳐 위험 회피를 목적으로 한 ‘엔 사들이기’가 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시기 엔화 가치가 달러당 98엔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아사히신문>은 이번주 잇따라 발표될 미국 고용통계 등 주요 경제지표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면 ‘달러 팔기’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계속 낮춰 일본과 미국의 금리차가 줄어드는 점도 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금이 ‘역사적인 엔 약세’ 국면이라는 점도 엔 가치의 추가 상승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주요 통화에 대한 엔의 종합적 가치를 나타내는 ‘실질실효 환율’은 최저수준이었던 73년과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05년에 기록한 달러당 101엔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의 경제지표도 후퇴 기미를 보이는데다 정책금리도 낮은 수준이어서, 외국 투자자가 엔화를 적극 매입할 재료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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