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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일본 가전업체들 ‘간판스타만 남기고 포기’

등록 2008-03-05 19:23

주요 디지털가전 분야 시장 점유율
주요 디지털가전 분야 시장 점유율
샤프 휴대폰·도시바 DVD 정리
백화점식 대신 ‘선택과 집중’
디지털가전 분야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뒤처진 일본 전자업체들의 사업 포기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 일본 기업은 한때 최고 수준의 기술을 자랑했으나,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퇴출’이라는 쓰라린 운명을 맞았다.

■ 1위의 추억=국내시장을 놓고 벌인 10여개 업체의 내부 경쟁이 국제경쟁력 저하를 낳은 것으로 풀이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해 실패한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휴대전화다. 핀란드의 노키아, 미국의 모토롤라, 한국의 삼성전자 등 세계 선두업체들은 연간 1억~3억대의 단말기를 생산·판매한다. 이에 비해 일본 수위 업체인 샤프의 연간 판매량은 1천만대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일본 휴대전화 업체들이 외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국내 시장 퇴출도 시간문제인 상황이다. 산요에 이어 미쓰비시전기가 지난 3일 휴대전화 단말기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미쓰비시전기는 25년 전부터 자동차 전화기를 생산해온 선발업체였으나,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전선 이탈’을 선언했다.

파이오니아는 올해 플라스마텔레비전 패널의 자사 생산을 중단한다. 세계 1위인 마쓰시타로부터 공급받기로 결정하고, 이번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파이오니아는 1997년 50인치 플라스마텔레비전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문자 그대로 ‘개척자’다. 그러나 대량 생산을 통한 비용 절감이 최대 승부처가 된 디지털가전 시장에서 다른 업체의 두배 가까운 가격을 고수해온 파이오니아의 도태는 예고된 것이었다. 파이오니아는 3월 결산 때, 플라스마텔레비전 분야에서 300억엔 가까운 영업적자를 낼 전망이다.

■ 선택과 집중=〈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엘시디텔레비전 분야에서 샤프는 국내 시장의 40%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4위에 불과하다”며 “전국체전 선수는 많이 있지만 올림픽 선수는 얼마되지 않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지금부터라도 세계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진행 중인 일본 업체들의 잇따른 사업 철수와 재편 움직임은 이런 ‘올림픽 선수’ 양성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이 신문은 분석했다.

실제 마쓰시타는 파이오니아에 플라즈마 패널을 공급하게 됨으로써 한국 업체의 거센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엘시디텔레비전 분야에서도 샤프는 소니와 10세대 패널을 공동 생산하고, 도시바·파이오니아 등에 패널을 공급하기로 해 가격 경쟁력을 한층 높이게 됐다.

차세대 디브이디(DVD) 분야에선 소니 진영의 블루레이 방식으로 사실상 규격이 통일됨으로써 소모전이 매듭지어졌다. 에이치디(HD)-디브이디 판매 개시 2년 만에 백기를 든 도시바가 지난달 19일 반도체·원자력 등 주력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하자, 도시바 주가는 오히려 급등했다. 미쓰비시전기도 휴대전화단말기 사업을 포기한 뒤 시가총액이 1500억엔 남짓 늘어났다. 파이오니아도 마찬가지다. 주식시장이 백화점식 경영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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