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외환보유액
일본은 요즘 넘쳐나는 달러로 고민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수입대금 결제나 대외채무 상환을 위해 쌓아놓는 외화자산인 외환보유액이 2월 말 현재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했다. 중국(1조5천억달러)에 이어 세계 두번째다.
많은 외환보유액은 대외지불 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나타내는 지표이지만, 많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지금과 같은 달러 약세 시대에는 환리스크가 매우 크다.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고스란히 환차손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본은 기본적으로 정부 단기증권(FB)을 발행해, 외환 매입을 위한 자금을 조달한다. 외환보유액이 늘어날수록 국가채무가 확대되는 셈이다. 현재 정부 단기증권의 발행총액은 크게 늘어 102조엔에 이른다.
중국 이어 세계 2번째로 외환보유 1조달러 돌파
국채 발행해 사들인 달러 약세로 환리스크 증가
시장개입땐 악순환 우려…‘국부펀드 설립 검토’ 일본이 선진국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엄청난 액수의 외환을 갖게 된 것은 환율시장 개입의 산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2003~04년 엔화 급등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금융시장에서 엔화를 풀고 달러를 사들이는 일을 되풀이했다. 그 결과 외환보유액의 90% 정도를 미국채 등 달러자산으로 운용하는 일본의 달러보유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기에 달러자산 운용수익과 미국채의 평가이익이 곁들여졌다. 달러자산 운용수익은 연간 4% 정도로 연간 3조엔이 넘는다. 그동안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사실상 제로금리인 일본에서 엔을 조달해 고금리의 미국채를 사들이는 것은 짭짤한 장사다. 최근 들어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미국의 잇따른 금리인하로 양국의 금리차가 상당히 줄어들었고, 기대수익 또한 상당히 감소하고 있다. 가중되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0.75~1.0%의 금리 추가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높다.
그렇게 되면 달러 약세에는 한층 가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 도쿄외환시장에서는 달러는 현재 101~102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12년 만에 달러당 100엔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고 일본 정부가 환율 방어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가뜩이나 외환보유액이 넘쳐나는데, 시장개입을 통해 달러를 더 사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안에서는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1일 사설에서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지 않고 외환보유액이나 정부단기증권 발행액을 압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보유한 미국채 등 달러자산을 처분하는 것 또한 간단치 않다. 미국채 매각에 나서면 미국채 가격와 달러화의 급락이 불가피하다. 보유한 달러자산의 가치가 폭락하는 악순환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자민당 일부 의원들이 외환보유액 등을 원금으로 한 ‘일본 국부펀드’ 설립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옴짝달싹할 수 없는 일본 정부의 고충 때문이다. 일본은 지금 미국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환리스크 대처에 매우 취약하므로, 중동이나 중국처럼 국부펀드를 설립해 적극적인 자금운용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에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외환보유액은 차입금을 원금으로 한 만큼 자금운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실이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등을 엄밀히 따진 뒤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국채 발행해 사들인 달러 약세로 환리스크 증가
시장개입땐 악순환 우려…‘국부펀드 설립 검토’ 일본이 선진국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엄청난 액수의 외환을 갖게 된 것은 환율시장 개입의 산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2003~04년 엔화 급등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금융시장에서 엔화를 풀고 달러를 사들이는 일을 되풀이했다. 그 결과 외환보유액의 90% 정도를 미국채 등 달러자산으로 운용하는 일본의 달러보유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기에 달러자산 운용수익과 미국채의 평가이익이 곁들여졌다. 달러자산 운용수익은 연간 4% 정도로 연간 3조엔이 넘는다. 그동안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사실상 제로금리인 일본에서 엔을 조달해 고금리의 미국채를 사들이는 것은 짭짤한 장사다. 최근 들어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미국의 잇따른 금리인하로 양국의 금리차가 상당히 줄어들었고, 기대수익 또한 상당히 감소하고 있다. 가중되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0.75~1.0%의 금리 추가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높다.
그렇게 되면 달러 약세에는 한층 가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 도쿄외환시장에서는 달러는 현재 101~102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12년 만에 달러당 100엔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고 일본 정부가 환율 방어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가뜩이나 외환보유액이 넘쳐나는데, 시장개입을 통해 달러를 더 사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안에서는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1일 사설에서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지 않고 외환보유액이나 정부단기증권 발행액을 압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보유한 미국채 등 달러자산을 처분하는 것 또한 간단치 않다. 미국채 매각에 나서면 미국채 가격와 달러화의 급락이 불가피하다. 보유한 달러자산의 가치가 폭락하는 악순환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자민당 일부 의원들이 외환보유액 등을 원금으로 한 ‘일본 국부펀드’ 설립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옴짝달싹할 수 없는 일본 정부의 고충 때문이다. 일본은 지금 미국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환리스크 대처에 매우 취약하므로, 중동이나 중국처럼 국부펀드를 설립해 적극적인 자금운용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에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외환보유액은 차입금을 원금으로 한 만큼 자금운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실이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등을 엄밀히 따진 뒤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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