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00엔의 벽이 무너졌음을 보여주는 도쿄외환시장의 전광판
100엔대 지속되면 환차손으로 1조5천억엔 ‘증발’
정부“기업수익 높아 영향 제한” 시장개입 관망
정부“기업수익 높아 영향 제한” 시장개입 관망
13일 엔화가 달러당 100엔의 벽마저 가볍게 돌파하면서 일본 경제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자동차·전기 등 수출주력 기업들에선 비명소리가 잇따른다. 일본 대기업 다수는 올 1~3월 평균 환율을 달러당 105엔으로 예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이치경제연구소는 1달러=100엔 상황이 지속되면, 2009년 3월 결산기 대기업 전체의 경상이익이 예상보다 2.1% 줄어든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1조5천억엔 이상이 환차손으로 날아간다는 얘기다. 일본의 간판기업 도요타는 엔-달러 환율이 1엔 올라가면, 연간 350억엔의 영업이익 손실이 불가피하다.
미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일부 전문가들은 달러당 96~98엔까지 점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최근의 엔 강세에 따른 일본 경제의 악영향에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시장 개입에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재무성 간부는 “현 시점이 엔 강세라고는 할 수 없다”며 개입에 소극적인 견해를 나타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소극적 태도에는 무엇보다 독자적 시장 개입이 별로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국제 외환시장의 규모가 커져 섣불리 홀로 시장 개입에 나섰다가는 환율 방어가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통계를 보면, 전세계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은 1995년 1조2천억달러에서 2007년 3조2천억달러로 2.7배 늘어났다. 미국과 유럽의 협조 없이는 환율 흐름을 바꾸기 힘든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달러당 75엔으로 엔화가 초강세였던 1995년, 4조9600억엔을 풀어 100엔대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적이 있다. 또 디플레이션이 계속되던 2003~04년에는 35조엔이라는 엄청난 돈을 쏟아붓기도 했다. 그러나 2004년 3월16일 이후 만 4년이 되도록 외환시장에 개입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일본 경제의 체력이 과거보다 훨씬 튼튼해진 점도 시장 개입 신중론의 또다른 배경이다. 어느 정도의 타격은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장기업의 2008년 3월기 결산 결과 전 산업에서 경상이익이 6년 연속 최고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제연구기관의 한 애널리스트는 “엔 강세가 기업수익을 낮춘다 하더라도 애초 수익이 높았기 때문에 경제전체에 대한 영향은 한정돼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외환보유액이 1조엔을 넘는 상황에서 또다시 시장 개입에 나서 달러를 사들이는 것도 큰 부담이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엔-달러 환율과 닛케이 평균주가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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