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금융회사 서브프라임 손실액
FRB “연쇄 파산 막아야” 투자은행 이례적 구제
85년사 ‘충격’ 속 리먼브라더스도 ‘데스노트’ 거론
85년사 ‘충격’ 속 리먼브라더스도 ‘데스노트’ 거론
월가 5위의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에 1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례적으로 긴급구제에 나서 미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시중은행이 아닌 투자은행에 대한 연준의 긴급구제는 전례없는 일이다. <뉴욕타임스>는 금융체제 전반의 파산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한 비상 조처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대공황과 두번의 세계대전에서도 살아남았던 85년 역사의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는 “미국 경제에 대한 마진콜(추가증거금 납부 요구)에 다름 아니다”고 지적했다.
긴급구제는 규모와 조건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제이피모건이 재할인 창구를 통해 연준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베어스턴스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베어스턴스는 개인과 기업, 금융기업, 연금펀드, 헤지펀드 등 다양한 고객을 두고 있다. 특히 헤지펀드 업계에 대한 최대의 자금 공급원이다. 최근 칼라일 캐피털에 이은 베어스턴스의 파산 가능성은 헤지펀드 업계의 연쇄 파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연준의 개입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모기지 증권에 투자했던 2개 헤지펀드가 파산하고, 최근 300억달러 이상을 거래하는 헤지펀드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가 자산을 다른 투자은행으로 옮기면서 유동성 위기가 고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베어스턴스의 위기는 소문이나 추정이 실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모기지 부실 등에 대한 노출이 큰 리먼브라더스를 다음 ‘후보’로 거론했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유동성 위기는 연준과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 시장에선 18일 연준 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1%포인트 정도 추가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채권자들이 더 많은 담보를 요구하거나 부채 삭감을 위한 자산매각을 요구하고 있고, 달러 가치 급락과 금·원유값 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에서 촉발된 미국의 금융위기가 더욱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16일 “정부는 필요한 조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연준의 긴급구제 조처가 “올바른 방향이다”고 옹호했다. 그는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재정상황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게 최대 관심사다”고 덧붙였다.
스탠더스앤푸어스와 피치 등 신용평가기관들은 베어스턴스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정크) 수준인 ‘BBB’로 하향조정했다. 베어스턴스는 적어도 28일 이내에 유동성을 자체 공급하거나 매매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현재 제이피모건과 시타델 인베스트먼트그룹, 사모펀드 J.C. 플라워스 등이 인수자로 거론된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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