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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붕괴를 막아라” 연준·부시 ‘긴급처방’ 합작

등록 2008-03-17 20:47수정 2008-03-17 22:37

제이피모건체이스가 미국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를 주당 2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16일, 베어스턴스의 뉴욕 본사 건물로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 뉴욕/AFP 연합
제이피모건체이스가 미국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를 주당 2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16일, 베어스턴스의 뉴욕 본사 건물로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 뉴욕/AFP 연합
‘연준 투자은행 직접대출’ 대공황때 극한조처 방불
베어스턴스 인수 제이피모건에 300억달러 보증도
미국 정부가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는 유동성 위기를 맞은 주요 금융기관에는 사실상 무제한으로 신용을 공급한다는 ‘극약 처방’까지 내놓았다. 미국에서는 중앙은행인 연준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금융기관 부실 사태에 어느 정도까지 ‘몸으로’ 직접 막을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준은 16일 ‘프라이머리딜러 신용창구’(PDCF)라는 새로운 긴급대출 창구를 개설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창구 개설을 통해 투자은행들에 자금이 필요할 때 정기적으로 단기자금을 제공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연준이 이날 사실상 도산한 제5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를 제이피모건체이스가 인수하도록 하면서 300억달러를 공급한 것은 무제한 신용 공급의 신호탄이다. 300억달러는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이 받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절반을 넘는 엄청난 규모다. 이런 거액을 쏟아붓는 것은 조지 부시 행정부가 이번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입증한다.

이번 조처는 주말 동안 연준 등 금융당국과 재무부 등 행정부 관련부처들이 총동원돼 내놓은 합작품이라고 연준 스스로 밝히고 있다. 초고강도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아시아·유럽을 거쳐 증폭된 금융시장 공포가 ‘블랙 먼데이’를 연출할 게 자명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선 구제금융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와 금리 인하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금융시장 전체의 붕괴를 우려해야 할 긴박하기 그지없는 상황인 것이다.

투자은행에 대한 무제한 신용 공급은 지난 7일 공개시장을 통한 1천억달러 투입과 지난 11일 투자은행들에 대한 2천억달러 신용대출 한도를 확대한 이전 조처가 효과를 보지 못했음을 연준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까지 생각할 수도 없었던 조처라며, 연준이 금융위기의 확산 위험 속에서 잠재적으로 위험부담이 큰 모기지 관련 채권들을 담보로 받아들이는 데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금융체제의 안정을 위해 정부는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17일 아시아 시장이 일제히 폭락세를 연출한 것처럼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17일 대통령경제자문회의와 18일 공개시장위원회 등 예정된 회의에서 추가 처방이 나오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위기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16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를 통해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는 2차대전 이후 최악이 될 것”이라며 “2006년 초 최고의 버블에 달했던 주택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번 위기의 상징이 된 베어스턴스는 지난 14일 종가에서 93%를 할인한 파산가격인 주당 2달러에 제이피모건에 인수돼 85년의 역사를 마감했다. 연준은 300억달러를 보증하면서 중앙은행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베어스턴스의 채권을 직접 감독하기로 하는 이례적 조처를 취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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