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값 추이
경기둔화 여파 1주일새 8.4%↓…50년만의 ‘최대낙폭’
“급등 따른 조정일 뿐” “거품 붕괴땐 제2 서브프라임”
“급등 따른 조정일 뿐” “거품 붕괴땐 제2 서브프라임”
‘조정인가 아니면 거품의 붕괴인가.’
지난 1년동안 치솟던 국제 원자재 가격이 최근 급락하면서, 신용경색·달러약세·인플레이션으로 소용돌이치는 세계 경제에 또 다른 변수로 등장했다. 원자재 가격 거품이 급격히 꺼질 경우, 제2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도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원자재 가격의 동향을 보여주는 ‘로이터제프리스시알비’(RJ/CRB) 지수는 지난 한주동안 8.4% 하락해, 1956년 이후 주간 단위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원유값도 같은 기간 1배럴에 11달러가 하락하면서 다시 100달러 아래로 내려갈 기미를 보였다. 1온스(31g)에 1천달러에 육박하던 금값은 110달러 가량 떨어져 거래됐다.
원자재 가격의 급작스런 하락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기의 둔화로 수요가 줄 것이라는 전망들이 잇따라 나오면서부터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이날 “단기 금리와 달러 가치의 하락은 대안 자산으로서 원자재의 매력을 키웠고, 여러 경로로 가격을 밀어 올렸다”며 “그러나 올해와 내년 국제 경기가 하향할 것으로 보이면서,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중국이 긴축 정책을 펴면서, 신흥 국가들의 성장 둔화와 이에 따른 원자재 수요 감소 움직임도 가격 하락 요인으로 가세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투자회사 레오나르드 카플란 프로스펙터(PAM) 대표는 “미국 경제의 침체 국면으로 원자재 가격의 상승 랠리가 곧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재 상품에 투자했던 헤지펀드도 발을 빼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펀드들이 자산의 위험을 줄이려 원자재에서 발을 빼고 있다”며 “광물, 에너지 시장, 곡물 선물시장에서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원자재에 투자된 펀드의 금액은 지난 1월 현재 3280억 달러에 달해, 펀드의 일탈이 쇄도하면 금융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쳐 자칫 제2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일부 있다. <뉴욕타임스>는 20일 “원자재 시장의 가장 큰 투자가들은 다름 아닌 바로 악화된 자산·주택·신용 시장에 발이 묶인 거대 헤지펀드나 상업은행 투자자들”이라며 원자재 가격 하락이 갖는 위험성에 주목했다.
하지만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체 없이 투기적 논리로 폭발했던 서브프라임 사태와 달리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부도가 날 수 없는 1차 상품으로서 특징이 있다”며 “공급을 갑자기 늘리기 어렵고, 여전히 뒷받침하는 수요가 있어, 가격의 하락이 금융시장의 교란 요인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안팎에서 원자재 가격의 추가 하락을 통한 가격조정을 전망하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가격 폭락으로 인한 금융 시장의 연쇄 불안까지 점치는 목소리는 드물다.
전문가들은 달러화의 동향을 관건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계속 달러약세를 방치한다면 원자재 가격은 일시적 숨고르기를 거친 뒤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는 시장의 일반적 분석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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