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금융감독 강화안 ‘난항’
민주당 장악 의회 강력반대…월가도 “투자 위축” 우려
미국 정부의 금융감독 개혁안이 발표 첫날부터 강력한 반대에 부딪쳤다.
월가는 31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사실상 거의 모든 금융활동을 감독하는 권한을 부여한 이번 개혁안에 거세게 반발했다. 금융업 관련 최대 로비단체인 ‘파이낸셜서비스포럼’이 곧 20여개 금융기업 최고경영자들의 비공개 모임을 여는 등 규제 강화를 저지하려는 금융권의 강력한 로비가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일 보도했다.
월가는 금융규제 강화가 위험도는 높지만 이익이 많은 거래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선물거래를 위축시켜, 미국 금융시장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주정부가 아닌 연방정부의 규제를 받게 될 소규모 은행과 신용조합, 보험회사들도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서는 개혁안의 강도가 약하다는 등의 비판이 빗발쳤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옳은 방향의 조처”라면서도 “위기로 피해를 본 가계들을 지원하기 위해 더 이상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은 “5년 전 금융위기 경고를 무시해, 위기를 조장한 연준에게 더 큰 감독권을 넘겨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혹평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31일 “모기지 규제 강화 등 단기적인 일부 조처들만 올해 안에 시행하고, 다른 굵직한 대책들은 지금의 금융위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이번 개혁안은 청사진이라고 말했다. 차기 행정부로 넘어갈 개혁안은 몇년에 걸친 논의 과정에서 금융권의 집중 로비 등으로 인해 근본 취지가 퇴색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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