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3주새 20% 폭락…옥수수값도 3월이후 최저
하락치 물가반영 안돼…정부 “가격인하 여건 조성”
하락치 물가반영 안돼…정부 “가격인하 여건 조성”
원유를 비롯한 국제 상품가격 하락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의 경기 악화가 핵심 배경이지만,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실보다 득이 훨씬 큰 여건 변화다. 전문가들은 고물가로 겪는 내수 침체와 세계경제 악화로 우리 경제가 입는 타격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국제 원자재값 하락이 국내 물가에 빠르게 반영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4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미국 서부텍사스 원유(WTI)값은 장중 한때 배럴당 119.5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전날보다 3.69달러 내린 121.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11일의 최고치인 147달러에 견줘 3주 만에 2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9월 인도분 천연가스값도 이날 7.1% 내렸고, 구리값(4%)를 비롯한 금속값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일부 곡물값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4일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는 12월 인도분 옥수수값이 부셸당 29.5센트 떨어진 5.555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3월24일 이후 최저치를 보였고, 6월 최고치에 견줘 30% 떨어졌다.
원유를 비롯해 19개 상품으로 구성된 로이터-제프리스 시아르비(CRB) 지수는 4일 3.4% 떨어지면서 지난 5월2일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지난 7월2일 최고치에 견줘 15% 떨어진 것이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부장은 5일 “미국 경제가 내년 상반기에도 침체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원자재값 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본격적인 하락세로 보기엔 이르지만 당분간 하락 조정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강문수 선임연구위원은 “세계 경제가 나빠져서 우리 경제가 입는 타격보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값 하락으로 얻는 이득이 우리로서는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제가격의 안정세가 국내에 얼마나 빨리 반영되느냐다.
국제 원자재값 하락은 국내 소비자 가격에는 아직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값의 경우 최근 2주간 리터당 평균 51원 떨어졌으나 이는 그 전 2주일치의 국제가격 하락분만 반영된 것이다. 최근 2주일 동안 두바이유값이 17% 급락한 부분은 국내 석유제품 값을 10% 가량 추가로 떨어뜨릴 수 있는 정도다.
제분업계는 지난달 관세율 인하 효과 등을 고려해 밀가루값을 8~20% 내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밀가루를 원재료로 쓰는 생산자들은 아직 최종 소비자가격 조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물가 및 민생안정 차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밀가루값이 내려감에 따라 관련 업체들이 라면과 빵 등 서민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품목 가격을 인하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들이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요인이 있다면 그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남구 이재명 기자 jeje@hani.co.kr
제분업계는 지난달 관세율 인하 효과 등을 고려해 밀가루값을 8~20% 내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밀가루를 원재료로 쓰는 생산자들은 아직 최종 소비자가격 조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물가 및 민생안정 차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밀가루값이 내려감에 따라 관련 업체들이 라면과 빵 등 서민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품목 가격을 인하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들이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요인이 있다면 그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남구 이재명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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