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변동 추이
증시 추락하자 반등
하룻새 11.6%나 올라
원유·옥수수 값도 상승
하룻새 11.6%나 올라
원유·옥수수 값도 상승
‘주가는 추락하고, 금값은 치솟고.’
리먼브러더스발 금융위기로 미국 증시가 폭락한 것과 대조적으로 17일 금이나 은, 원유 가격 등은 반등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날 미국내 6410억달러의 자산을 주무르는 186명의 펀드 매니저들을 상대로 한 메릴린치의 조사 결과, ‘리스크’에 혐오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단기 국채 등 더 안전한 자산 투자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17일 금값의 반등은 ‘수요일의 거대한 랠리’라 불릴 만큼 독보적이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12월 인도분 금값은 이날 장내에서 1온스당 850.50달러, 시간외 거래에선 870.9달러까지 치솟았다. 전날보다 90.4달러(11.6%)나 올랐으며, 하루 상승폭으로도 1980년 1월(64달러) 이래 가장 컸다. 지난주만 해도 금값은 4일 동안 10%가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금값이 900달러를 향해 돌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신용 위기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금에 가장 큰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처 파이낸셜서비스’의 애널리스트인 스티븐 플랫은 “시장은 분명 전세계로 번지는 시스템의 위기에 큰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1주일 전만 해도 1.644%였던 3개월 만기 미국 단기 국채의 수익률이 0.061%로 내려앉은 것도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급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래 최저치로, 1개월짜리 국채 수익률은 한때 제로(0)까지 내려앉기도 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메릴린치는 펀드 매니저 조사 결과에서도 단기 국채가 과거 10년간 어떤 상황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누려 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원유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도 이런 분위기 탓이다.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의 값은 17일 전날에 비해 배럴당 6달러나 오른 97.16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런던 석유거래소의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배럴당 5.73달러가 오른 94.95달러로 장을 마쳤다. 금값 상승은 원유는 물론이고 옥수수·밀·콩 등의 가격까지 끌어올렸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미술품 시장도 갈 곳 잃은 백만장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15~16일 영국 런던의 소더비에선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들이 무려 1억9800만달러에 팔렸다. 기록적인 작품 판매에 허스트는 “투자자들이 은행보다는 나비를 묘사한 나의 작품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피엠(CPM) 그룹의 애널리스트인 카를로스 산체스는 “무엇보다 금은 상당 기간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피난처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며 “세대를 넘어 대대로 이어져 온 ‘통화’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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