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채산성 악화판단
4년6개월만에 전격 개입
4년6개월만에 전격 개입
일본 금융당국이 28일 국제 금융시장 불안을 부채질하는 엔 강세 흐름을 바꾸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의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일본 정부는 일본은행을 통해 28일 도쿄 외환시장 마감 10분 전 오후 2시50분께 엔을 풀고 달러를 사들이는 시장 개입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1달러에 92엔대로 움직였던 엔 시세가 96엔까지 크게 떨어졌다가 94엔대로 마감했다. 주식시장도 이처럼 급격한 환율 변동을 당국의 개입으로 판단해 민감하게 움직였다. 이날 니케이지수는 459.02 상승한 7462.92로 마감했다.
일본 금융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2004년 3월 이후 4년6개월 만이다. 이날 개입은 현재의 급격한 엔 변동이 일본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크게 악화시킬 뿐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한다는 국내외의 지적을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일본 재계 모임인 게이단렌의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엔에 자금이 집중돼서 세계시장의 유동성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곤란하다”며 “일본 단독으로라도 환율에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도 27일 이례적으로 긴급 공동성명을 발표해 엔고 사태가 “경제와 금융 안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외환시장 개입에 “적절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 공동성명이 발표되도록 뒤에서 움직였으나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직접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일본 당국은 일단 시장에 들어오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끝까지 밀어붙이는 개입 방식을 택했던 점에 비춰 개입을 계속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끝없이 높아진 엔에 대한 원 시세가 다소 진정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1조달러에 가까운 외환보유고라는 막대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환율 구도가 과거와 달리 매우 복잡해, 단독 행동으로는 상황을 바꾸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른 주요 국가들이 엔 시세 끌어내리기에 동참할지도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도쿄의 한 시장관계자는 “이번 환율 개입은 주요 국가의 협조 개입 없이 일본 금융당국의 단독 개입 형태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유럽·일본을 비롯해 신흥시장 국가들도 참가해 11월15일 열리는 워싱턴 금융 정상회담에서 어떤 대책이 논의될지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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