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경제

바닥쳤다고? 믿으면 바보

등록 2008-10-29 18:15수정 2008-10-30 02:04

뉴스위크, 대공황 겪은 변호사 일기 공개
“언론보도 따라한 사람 대부분 파산”
“1931년 6월5일. 1929년 증시 대폭락 뒤, 투자가들은 ‘지금이 살 때’라고 외쳤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신문도 열심히 사람들에게 바닥을 친 주식을 사라고 부추기고 있지만, 여론은 엇갈린다. 바닥을 쳤는지 아닌지를 두고.”

1930년대 대공황 당시의 풍경을 담은 한 미국인 투자자의 빛바랜 일기가 눈길을 끌고 있다.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27일, 1894년 뉴욕에서 태어난 뒤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에서 변호사로 일한 벤저민 로스의 일기를 공개했다. 로스는 1931년 6월부터 숨을 거둔 1978년까지, 경기침체의 풍경을 담담한 심경으로 일기에 담았다.

당시에도 최대 관심은 ‘지금이 투자 적기냐 아니냐’였다. 로스는 1931년 7월30일치 일기에서 “대부분의 신문과 잡지가 사람들에게 주식과 부동산을 사라고 말하는 기사로 가득 채워져 있다”고 전했다. 당시 언론은 ‘큰 부자들은 이런 때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투자를 부추겼다. 기업인들도 경기가 좋아질 것이며,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8월5일 로스는 “홈 세이빙 앤 론이 지급을 보류했고, 돈을 인출하려면 60일 이전에 통보를 해야 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경악했다”며 언론과 전문 투자가들이 ‘투자 적기’라고 부추긴 뒤에도 은행의 도산이 계속됐음을 전했다. 은행들은 연일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진 예금인출자들에게 시달렸다. 로스는 “심각했던 1929년보다 주가는 더 내려갔고, 어느 누구도 바닥을 쳤는지 아닌지를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고 전했다.

로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투자할 밑천이 없었고, 돈을 가진 소수도 극도로 몸을 사려 국채를 매입하는 데 더 열중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바닥’을 친 시기는 1년 뒤에야 왔다. 로스는 1936년 2월12일 일기에서 “시장은 1932년 여름을 맞은 뒤에야 바닥을 쳤다. 언론의 말을 믿고 주식을 샀던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파산했다”고 적었다.

일기장엔 1930년대 암울했던 대공황 상황도 오롯이 담겨 있다. 1931년 8월5일, 그는 과일시장에 들른 경험을 이렇게 적었다. “그곳엔 인적이 끊겨 있었다. 농부들은 더는 과일을 팔 수 없게 됐다. 각자 자신의 집 정원에서 채소를 키우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로스는 엔지니어인 형이 2년 가까이 실직 상태로 있었고,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들도 심각한 경기침체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1931년 8월 시카고 주변에 있던 100개의 극장이 문을 닫았고, 영스타운 영화관의 관람료는 60센트에서 35센트로 떨어졌다. 1931년 8월6일 주정부의 공매에 나온 집값은 4400달러였다. 원래 이 집의 실제 가치는 7500달러였고, 1929년엔 1만1천달러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