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질서 재구축
선진국들끼리 모여 세계 경제질서의 판을 짜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날이 갈수록 신흥시장 나라들의 목소리와 역할이 커지고 있다.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이를 확인하는 역사적인 자리였다. 20개국 정상회의가 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대체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들(신흥국)의 참가는, 선진국들이 더는 세계금융의 규칙을 좌우할 수 없다는 역사적 승인으로 기록됐다”고 15일 전했다. 신흥국의 커진 목소리는 20개국 정상회의 합의문에 그대로 새겨졌다. 합의문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이 이러한 신브레턴우즈 체제(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등)에서 더 큰 목소리와 대표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세계 정상들은 금융시장 개혁의 공통 원칙에서 “금융안정화포럼(FSF)의 회원국을 신흥경제국가로 서둘러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안정화포럼은 주요 7개국(G7)에 오스트레일리아·스위스·네덜란드·싱가포르·홍콩 등을 더한 12개국으로 구성된 국제금융시장 감독기구다. 이 밖에도 신흥국들은 국제통화기금(IMF)에 출연금을 더 늘려 역할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브라질과 같은 신흥국가들이 세계 경제질서를 재구축하는 데 대단한 몫을 하리라곤 꿈도 못 꿨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8개국(G7+러시아) 정상회의는 더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이제 20개국 정상회의 없이 어떤 정치적, 경제적 결정을 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정상회의에 초청을 받아 참석한 스페인과 네덜란드를 포함한 ‘G22’가 ‘G7’을 대체해야 한다고 최근 거듭 주장해 왔다.
역할 확대 배경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신흥국의 경제규모다. 중국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미국, 일본, 독일 다음으로 세계 네번째다. <워싱턴 포스트>는 “신흥국들이 내년 세계 경제성장에 거의 100% 기여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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