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제로금리 수준의 금리 인하를 결정한 16일 뉴욕증권거래소의 중개인들이 객장에서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뉴욕/블룸버그뉴스
“환율 1200원대 진입 시간문제” 전망
원-달러 환율과 시중금리가 크게 하락하면서 금융시장의 대반전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면서 곳곳에서 자금경색이 풀리는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 원화와 채권 값 오름세로 환율·금리가 떨어지고, 주가는 반등하는 등 금융위기 발생 3개월여 만에 안정권을 찾아가고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환율 1200원대 초읽기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4.6원 떨어진 1325원으로 마감됐다. 지난달 24일 1513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뒤 3주 동안의 하락폭이 무려 188원에 이른다. 이런 추세라면 1200원대 진입도 시간 문제라는 것이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전망이다.
환율이 급락세로 돌아선 데는 최근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0~0.25%로 낮춘 것이 기폭제가 됐다. 이로 인해 16일 유로에 대한 달러 환율은 2.41%나 상승했다. 더불어 외국인 주식 매도세가 진정되면서 이달 들어 5900여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외화자금시장의 호전이다. 현물과 선물 환율의 차이를 말하는 ‘스와프 포인트’가 급속하게 개선되고 있다.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는 지난 5일 -20.5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했다가 지난 12일 -9원으로, 17일에는 -4.5원으로 올라섰다. 스와프시장을 통한 외화조달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는 뜻이다. 환율 하락의 효과는 단순히 자금경색 완화에 그치지 않는다. 연말 기업들의 재무제표가 좋아지면서 기업과 은행의 자금조달이 선순환의 궤도에 접어들 수 있다.
■ 시중 금리 하락세 가속 시중금리 하락세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17일 1년 만기 산금채 금리는 무려 0.25%포인트 떨어져 4.55%로 내려앉았다. 2005년 10월24일 이후 3년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은행채 금리 하락을 유도해 시중은행의 자금조달 여건을 크게 개선시킬 것으로 보인다.
AA- 등급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7.98%로 낮아짐으로써 두달여 만에 처음으로 7%대로 하락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0.15%포인트 낮은 4.34%로 하락했다. 11월말과 비교할 때 회사채는 0.93%포인트, 시디 금리는 1.02%포인트나 하락했다.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져 금융시장에서의 채권 투자를 되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꽉 막힌 금융시장에서 돈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금리의 추가하락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특히 시디 금리의 3%대 진입을 낙관하는 상황이다. 박동영 우리은행 자금부장은 “원화 유동성이 풍부하고 은행채와 회사채의 스프래드가 줄어들고 있어 금리는 하향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남기 선임기자 jnamki@hani.co.kr
정남기 선임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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