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지표
추가부양책 없었지만 아시아증시 이틀연속 오름세
제조업지수 3개월째 상승…“경기회복 신호” 낙관론
“수출급감 올해 성장률 추락 가능성” 비관적 전망도
제조업지수 3개월째 상승…“경기회복 신호” 낙관론
“수출급감 올해 성장률 추락 가능성” 비관적 전망도
세계 경제가 ‘팍스 시니카’(중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경험했다. 세계 3위 경제인 중국의 정책에 지구촌 증시가 웃고 울었다.
5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대규모 추가 경기부양책이 발표되리라는 기대만으로 4일 전세계 증시에는 훈풍이 불었다. 미국 정부가 각종 금융안정 정책을 내놓았는데도 닷새 연속 속절없이 폭락하던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가 4일 2.2% 올랐고, 유럽 증시도 상승세를 탔다.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원자재값도 끌어올렸다. 이날 뉴욕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9% 올라 45.38달러를 기록했고, 구리도 5.6% 올랐다.
전인대가 개막한 5일 정작 기대를 모았던 대규모 추가 경기부양책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중국의 9500억위안 재정적자 계획만으로도 중국(1.04%), 일본(1.95%), 대만(2.1%) 등 이날 대부분 아시아 증시가 이틀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 증시는 ‘실망감’으로 하락 개장했다.
‘중국이 세계경제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이란 기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의 보호를 받는 금융시스템이 미국·유럽보다 훨씬 안전한 상황이고, 재정과 외환보유고(약 2조달러)가 탄탄하다는 장점들이 부각되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석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집행 능력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최근 이강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는 지난 연말 경기 회복의 첫 신호가 포착됐다며 중국이 주요 경제권 가운데 가장 먼저 회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엠피(MP)자산투자의 나데르 네이미 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 뉴스>에 “중국 당국은 이미 회복의 바퀴를 전진시켰다”며 “추가 부양책이 발표되지 않은 데 대한 단기적 실망감은 있겠지만 중국의 성장 스토리에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원자바오 총리는 의료보건체제 개혁에 8500억위안(1240억달러)을 투자하고, 복지 예산을 17.6% 늘리는 등 ‘경제 정책의 근본적 변화’ 청사진도 제시했다. 과도한 의료비 부담으로 내수가 위축되는 고질병을 치유해 내수시장을 확충하고, 사회불안 해소와 경제체질 개선도 이뤄내겠다는 다목적 포석이다. 중국이 올해 8% 성장을 달성한다면 전세계 총생산 증가에 대한 중국의 기여도는 지난해 30%에서 올해 40%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희망의 실마리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빈사 상태에 빠진 세계경제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중국 경제가 급격히 추락해 오히려 세계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던 수출이 급감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5%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농민공 2천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는 등 실업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사회 불안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물가가 떨어져 디플레이션 징후도 엿보인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최근 중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세계적 침체의 충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중국 경제가 사실상 ‘제로 성장 상태’라고 분석했다. 박민희 기자,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inggu@hani.co.kr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리고 있는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5일 참석자들이 배포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베이징/ 신화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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