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상수지 적자 추이
경상적자 9년만에 최저…수입 줄고 저축 늘어
달러 남용 기인한 ‘글로벌 불균형’ 완화에는 득
달러 남용 기인한 ‘글로벌 불균형’ 완화에는 득
전자 제품, 장난감, 옷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생산한 온갖 상품을 지칠줄 모르고 소비하던 미국의 동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눈에 띄게 줄고 있는 미국의 소비와 수입 감소는 지난 30년 동안 지속된 ‘글로벌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낳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1월보다 103억달러 준 259억달러를 기록했다.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의 적자폭이다. 이는 한달 사이 수입이 약 82억달러 줄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 세계 소비 엔진인 미국의 월 수입액은 지난해 2월 2085억달러에서 1년 만에 1527억달러로 26% 급감했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부문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이같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2005~2006년 저축률이 ‘제로’(0)에 근접할만큼, 왕성한 소비력을 자랑하던 미국인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난을 맞아 저축을 늘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부채에 기반한 미국인들의 소비에 의존해온 세계경제의 불균형이 회복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수입과 소비 감소는 1970년대 이후 대미 수출에 의존해온 세계 경제의 변화를 자극하고 있다. 중국의 3월 수출은 2008년 3월보다 17.1% 줄었다. 다섯달째 감소 추세다. 1~2월 한달 사이 대미 수출은 30%가 줄었다. 중국은 미국 등지로의 수출이 급감하자, 경제 성장전략의 방향을 내수 부양 쪽으로 틀었다.
수십년 동안 지속된 미국과 나머지 국가와의 경상수지 불균형은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을 증폭시켰다는 비난을 사왔다. 글로벌 불균형으로 무역 흑자국들의 달러 준비자산이 크게 늘면서, 신용이 과잉 창출돼 자산 거품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흑자국들은 또 외환보유고를 기축통화인 달러로 채우기 위해 막대한 양의 미국 재무부 채권을 사들였다. 그 결과 만성적인 무역적자국 미국은 해외에서 꿔온 돈으로 ‘부채 경제’를 계속 키울 수 있었다. 이러한 글로벌 불균형은 미국 주택시장의 거품을 부풀려,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미국의 수입 감소와 함께 최근 중국이 기축통화인 달러에 도전장을 내민 것도 글로벌 불균형이 균형을 찾아가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매력이 떨어지면, 재무부 채권 발행을 통한 미국 ‘부채 경제’의 토대도 무너질 수 있다. 물론 단기간 급속한 변화를 장담하긴 이르다. 홍기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 불균형은 70년대 이후 미국이 제조업을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 넘겨주면서 비롯된 것으로 전 지구적 산업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미국 저축률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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