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확충 필요한 10개 은행
자산 건전성 발표…IMF 우려보다 1조달러 적어
10개 은행 11월까지 746억달러 자본금 수혈해야
10개 은행 11월까지 746억달러 자본금 수혈해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는 자산 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은 자산 1천억달러 이상의 19개 대형 은행들이 내년까지 5990억달러(약 747조원)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7일 발표했다. 또 이 가운데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10개 은행은 앞으로 6개월 안에 746억달러의 자본금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내년 실업률이 1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악화하고 있는 여러 경제 여건을 가정해, 은행들이 앞으로 발생할 손실을 감당할 만한 적정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으로 산출됐다.
일부 은행들은 곧바로 자본금 확대 계획을 내놨다. 339억달러의 자본 수혈이 필요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자산 매각 등의 방식으로 270억달러, 웰스파고는 주식 매각으로 60억달러, 모건스탠리는 신주 발행 등을 통해 38억달러를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10개 은행은 다음달 8일까지 자본 확충 청사진을 제시하고, 11월9일까지 이를 이행해야 한다.
지난 두달 반 동안 은행을 괴롭혀온 테스트의 결과가 나오면서 금융권을 둘러싼 불안감은 많이 해소됐지만, 금융사들이 완전한 신뢰를 얻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첩첩산중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금융시스템이 잘 굴러가는 데 필요한 신뢰를 재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10개 은행들이 6개월 안에 746억달러를 조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앞으로도 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할 은행에 선뜻 투자할 민간 자본도 많지 않다. 또 정부가 씨티그룹에 이어 몇몇 대형 은행의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아, 금융주 투자의 매력은 떨어질 전망이다. 투자자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자산 1천억달러 미만의 대부분 은행은 정부의 지원 약속마저 받지 못했다.
또 테스트가 가정한 시나리오보다 경제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은행들은 더 많은 손실을 감당해야 하고, 이를 보존할 더 많은 자본금을 확보해야 한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미국 금융기관들의 손실액이 내년까지 2조7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19개 은행들이 미국 금융사 총자산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미국 금융사들이 지난해 말까지 1조달러의 손실을 이미 처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연준의 손실 예상치는 낮은 편이다.
자기자본 확대가 은행의 지상과제가 되면서 금융시장 정상화와 경기회복의 걸림돌이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정부의 자본금 확대 요구가 은행들로 하여금 본연의 임무인 가계와 기업 대출을 줄이는 ‘의도하지 않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