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주 노비에 위치한 제너럴모터스(GM)의 허머 브랜드 판매점 앞에 2일 트럭과 스포츠실용차(SUV)들이 전시돼있다. 노비/ 블룸버그 연합뉴스
2일 예비협약…미국 내 전진기지 마련
중국이 미국 본토에 첫 자동차 전진기지를 마련했다.
건설용 중장비 등을 생산하는 중국의 쓰촨 텅중중공업기계는 2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지엠)의 ‘허머’ 브랜드를 인수하기로 예비협약을 체결했다. 지엠이 파산을 선언한 지 하룻만의 일이다. 최종 합의는 9월 안으로 완료될 예정이며, 인수가격은 5억달러 미만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 등 외신이 전했다.
텅중중공업이 인수한 허머는 이라크 등 미국이 전쟁을 벌인 세계 곳곳에서 다목적 군용 차량으로 쓰이는 험비를 민간용으로 개조한 스포츠실용차(SUV)다. 이 때문에 “허머는 미국 애국심을 상징한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텅중중공업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슈리브포트에 있는 허머 공장을 비롯해, 3000명의 미국 노동자와 153곳의 판매유통(딜러)망을 넘겨받는다. 앞서 지엠이 1999년 에이엠제너럴로부터 매입한 허머는 ‘기름 먹는 하마’로 불리며, 지엠에 커다란 손실을 입혔다.
제조업의 꽃인 자동차산업의 강국을 꿈꾸는 중국은 세계 곳곳에서 자동차 생산·부품 업체를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중국 최대 민간 자동차업체인 지리는 지난 3월 오스트레일리아 자동차부품업체인 드라이브트레인시스템을 인수했고, 포드의 스웨덴 법인 볼보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영국 브랜드였던 엠지와 로버도 이미 중국 업체의 손에 넘어갔다. 중국 최대 자동차기업 가운데 하나인 베이징기차는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최근 지엠 유럽법인인 오펠 인수에 도전했다.
중국 업체들이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나서는 배경엔 선진 브랜드 인수를 통해 기술력과 디자인, 생산시스템 등에서 빠른 질적 도약을 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양적인 면에서 중국은 1~4월 자동차 판매대수가 383만대를 기록해 미국(307만대)을 제치고 세계 최대자동차 시장으로 떠올랐으며, 자동차 업체수는 100여개에 이른다. ‘모방자’ 수준에 머물렀던 중국 자동차산업은 세계 경제위기로 선진국 자동차 기업들이 죽을 쑤는 틈을 타, 더욱 탄탄한 양적, 질적 성장의 토대를 갖춰가고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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