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곳 또 파산…실물경제 미회복 분석
지난주 미국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7.3% 상승했다. 3월 이후 주간으로 최대 상승폭이다. 월스트리트 거대은행인 골드만삭스와 제이피모건의 깜짝 실적에 크게 힘입었다. 상대적으로 체질이 약한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대열에 가세했다. 이들 4개 대형 은행의 2분기 순이익은 모두 136억달러에 달한다. 지난 1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선 대형 은행들이 안정권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금융산업의 풀뿌리인 중소형 은행들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7일 캘리포니아와 조지아, 사우스다코다에 있는 중소형 은행 4곳이 파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올 들어 파산한 미국 은행은 57개로 불어났다. 자산 750억달러로 미국 은행 순위 26번째인 시아이티(CIT) 은행도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지 못한 채 파산의 기로에 서 있다.
거대 은행과 중소형 은행의 명암은 계속 엇갈리고 있다. 중소형 은행들은 지난해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에서도 완전히 배제됐다. 거대은행과 달리 금융시스템에 미칠 위험이 크지 않다는 미국 정부의 판단에서다. 하지만 중소형 은행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체의 모세혈관과 같은 중요한 존재들이다. 중소기업과 소매업체, 가계 대출은 주로 이들의 몫이다. 시아이티 은행의 경우 100만명의 고객 가운데 30만명이 소매업자다.
중소형 은행들의 잇따른 파산은 ‘치솟는 실업률, 주택가격 하락, 채무불이행의 증가’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실물경제의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중소 은행들의 수익구조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악순환의 고리처럼, 중소 은행의 파산은 다시 중소기업과 상공인들의 회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대형 은행들의 실적 호전도 실물경제의 개선에서 나온 건 아니다. 거대 은행은 한물간 것으로 치부된 증권 중개 등 투자은행 업무와 자산관리에서의 선전, 대량 해고 등을 통한 비용 삭감으로 실적이 나아졌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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