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달 동안의 무디스 주가 흐름
미 하원, 증권거래위원회 규제받도록 입법 추진
무디스 등 주가 폭락…검찰조사·손해배상소송도
무디스 등 주가 폭락…검찰조사·손해배상소송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미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바쁜 시간을 쪼개 존 러더퍼드 무디스 사장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만남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겠다는 무디스의 결정을 어떻게든 되돌려 보겠다는 노력에서 나왔다. 이 일화는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운명을 쥐락펴락했던 무디스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의 위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전세계를 덮친 금융위기로 한때 ‘저승사자’로 불리던 신용평가사들이 수술대에 서게 됐다.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자본시장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폴 캔조스키 의원은 25일(현지시각) 견제받지 않던 신용평가사에 족쇄를 채우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법안은 신용등급을 매기는 방법론과 절차에 대한 규약 제정의 권한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부여하는 내용이라고 <다우존스> 통신이 보도했다. 또 ‘이해 충돌 방지’ 원칙에 따라 한 회사의 신용등급과 컨설팅 서비스를 병행할 수 없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증권거래위원회는 신용평가사에 벌금과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날 피츠버그에서 막을 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합의문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신용평가사에 대한 더욱 엄격한 규제와 관리, 감독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도 지난 18일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 산정 및 수수료 정보를 더욱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개혁안을 내놨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은 3대 신용평가사들이 금융시장 붕괴에 어떤 구실을 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신용평가업계를 수술하려는 움직임은 “그들이 나중에 가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주택저당증권(MBS)에 최고 등급을 매겨 금융위기에 연료를 공급했기 때문”에 나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신용평가사의 신용이 땅에 떨어지면서 이들 회사의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무디스의 주가는 지난주 20%나 폭락했다. 무디스의 대주주인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도 무디스의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웠다. 무디스 주가의 추가 하락 쪽에 돈을 건 공매도는 한 주 동안 7%나 증가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를 소유한 머그로의 주가도 같은 기간 12%나 빠졌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은 엉터리 신용등급으로 피해를 봤다며 신용평가사들을 상대로 10억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로버트 폴린 매사추세츠대 경제학 교수는 동료들과 함께 신용평가 대상이 곧 고객이 되는 신용평가업계의 근본적 모순을 해결하려면 공공신용평가기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을 담은 글을 지난 6월 <버클리 전자신문>에 기고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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