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사관 분기보고서
되레 ‘도덕적 해이’ 조장
되레 ‘도덕적 해이’ 조장
‘절반의 성공?’ 지난해 금융시스템의 총체적 붕괴를 막기 위해 마련된 7000억달러(약 834조원)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구제금융)의 ‘중간 성적표’가 공개됐다. 후한 점수를 받지는 못했다.
미국 의회가 임명한 닐 바로프스키 구제금융 특별감사관은 21일 의회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서 “구제금융이 월스트리트를 구제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일반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구제금융이 벼랑끝에 몰린 금융시스템을 안정시켰지만, 중소기업에 자금이 흘러들어가도록 하는 데 실패했고 치솟는 실업률과 주택압류도 막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행정부의 책임도 지적했다. 바로프스키 감사관은 “위기를 불러온 대형 금융사들에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시장의 행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며 “덩치가 지나치게 크다는 이유로 파산을 면할 수 있었던 금융사들은 정부 주도의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오히려 덩치가 더 커졌다”고 밝혔다. 정부가 되레 ‘도덕적 해이’를 조장했다는 것이다. 그는 보고서에서 재무부가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사로부터 제대로 보고서를 받지 않았으며, 이들의 불건전한 재무상태에 관한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날 백악관은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사 임직원의 보너스를 50% 삭감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 뉴스>가 보도했다.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사들이 ‘보너스 잔치’를 벌이면서 악화한 국민 여론을 반영한 조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집행되지 않은 구제금융을 중소기업 대출에 쓰일 수 있도록 소규모 은행에 지원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제금융은 6370억달러가 이미 집행됐거나, 집행이 예정돼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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