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 회복 안보여
낙관 경계 목소리 커
낙관 경계 목소리 커
잔뜩 인상을 찌푸렸던 세계 증시가 하루 만에 활짝 웃었다.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미국의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보다 약간 높은 3.5%(연율) 상승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경제가 서서히 다시 성장을 시작했다는 신호이지만, 장밋빛 전망 대신 신중과 불안의 목소리가 더 높다.
29일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날 1.21% 하락에서 벗어나 2.05% 상승을 기록했다. 전날 2% 넘게 빠졌던 유럽의 주요 증시들도 1% 이상씩 상승했다. 30일 일본의 니케이225, 중국의 상하이종합, 한국의 코스피 지수도 모두 상승했다.
3분기 경제성장률 수치가 나오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리가 취했던 조처들이 상황을 개선시켰으며, 경기후퇴가 누그러지고 있다는 확인”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대공황 이후 가장 길고도 깊은 경기후퇴가 끝났다는 비공식적인 확인”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그러나 우리는 미국 경제가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단서를 달았고, <월스트리트 저널>도 “경기회복은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며 낙관을 경계했다.
이런 신중함은 3분기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앞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에, 이를 대체해야 할 민간소비는 빠르게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데서 나온다. 중고차를 폐차하고 연료효율이 뛰어난 새 차를 구입할 때 정부가 보조해주는 제도의 시행으로 3분기 미국 경제의 동력인 소비가 3.4% 늘어났지만, 이후 소비회복이 지속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3분기 연방정부의 지출 증가율은 2분기(11.4%)보다 줄어든 7.9%를 기록했고, 연말과 내년 초엔 더 떨어질 전망이다. 반면 2분기 4.9%까지 올랐던 가계저축률은 3분기 3.3%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4~5%대로 오를 전망이다. 그만큼 정부나 가계에서 소비가 일어날 여력이 적다는 말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정부의 후원이 시들해지면서, 민간 소비가 얼마나 확대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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