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지원 가능성 줄어”
S&P, 이탈리아 은행 7곳 강등
S&P, 이탈리아 은행 7곳 강등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미국과 이탈리아 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하향 조정했다.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미국·유럽계 은행들의 바닥난 체력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디스는 21일(현지시각) 미국의 최대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비롯해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미국 3개 대형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장기 신용등급을 ‘A2’에서 ‘Baa1’로 2단계 내렸으며, 단기 등급도 ‘프라임1’에서 ‘프라임2’로 하향조정했다. 웰스파고의 장기 신용등급과 씨티그룹의 단기등급도 내렸다.
무디스는 미국 거대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 배경에 대해 “이들 은행이 금융위기에 처할 경우 미국 정부가 지원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조처는 우리가 처한 정치적 현실을 확실히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3대 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부 지원을 받아 살아남으면서 ‘대마불사’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그러나 무디스의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 정부가 금융권의 자금난 해소를 도와줄 여력이 없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기관투자가들에게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보상금을 지급하면서 2분기에 88억달러라는 사상 최악의 손실을 내는 등 위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직원 3만명을 감원하겠다는 구조조정 계획까지 발표했다.
무디스는 다만 한 은행의 부실 위험이 다른 은행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줄었다고 평가했다.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당국의 감시를 강화한 금융감독법인 ‘도드-프랭크법’이 지난해 7월 제정됐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로이터> 통신은 “무디스의 발표는 도드-프랭크 금융감독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 19일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스탠더드앤푸어스(에스앤피·S&P)도 이날 인테사 산파올로, 메디오방카 등 현지 은행 7곳의 신용등급을 한단계씩 강등했다. 에스앤피는 이들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