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축소 시기 엇갈리며
미·일, 환율·증시 오락가락
1달러 100엔 붕괴…당분간 안갯속
미·일, 환율·증시 오락가락
1달러 100엔 붕괴…당분간 안갯속
호전되리라 기대한 미국의 경제지표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양적완화(시장에서 자산을 매입해 돈을 푸는 것)를 언제쯤 축소할 것인지 전망이 엇갈리며 국제금융시장의 돈이 안갯속에서 길을 잃은 듯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큰 틀에서 보면,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가 투자자들의 심리를 본격적으로 옥죄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많다.
주요 통화간 환율 움직임은 어지럽다. 일본이 올해 들어 공격적인 통화완화에 나서자 엔화 가치가 급락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하반기 달러당 80엔 안팎이던 엔화는 지난 4월 초 일본은행이 2차 통화완화를 단행한 뒤 100엔 근처까지 하락(엔-달러 환율은 상승)했다. 마침내 100엔 벽이 무너진 것은 5월9일, 4년 1개월 만이었다. 미국의 전주 신규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5년 1개월 만에 최저로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연준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고 달러가 본격 강세로 전환되리라는 기대가 퍼진 까닭이다.
5월22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의회에서 ‘고용 지표가 계속 개선되면 올해 안에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달러 강세, 엔 약세가 한층 강해졌다. 그날 뉴욕시장의 엔-달러 환율은 103.16엔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 뒤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일본 증시의 주가 폭락과 함께 100엔대로 되밀린 엔-달러 환율은 5월28일 미국의 5월 콘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가 크게 호전됐다는 소식으로 102.37엔으로 반등했다. 하지만 3일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의 5월 제조업지수가 예상을 깨고 전달보다 떨어지자 99.53엔으로 떨어지며 한달 만에 다시 100엔 밑으로 내려앉았다.
주식시장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주가 흐름은 경제지표와 괴리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5월31일 미국 소비자심리지수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다우지수는 1.36%나 떨어졌다. 경제지표 개선이 연준의 양적완화 감축으로 이어져 주식시장으로 흐르던 돈의 흐름을 바꿀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로 급등세를 이어오던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5월23일 닛케이평균주가가 7.3% 폭락한 뒤, 5월25일(3.2%), 6월3일(3.7%)에도 급락세를 연출했다. 개장 초 단기 급등에 따른 경계감에다 엔화의 강세 반전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닛케이평균주가는 4일에도 하락 출발했다가 2.05% 상승해 거래를 마쳤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와 유럽의 재정위기를 타개하려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실시한 통환완화가 이제 회수 국면으로 전환되는 경계선에 서 있다는 분석이 퍼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008년 가을 금융위기 때에 견줘, 미국 연준은 시장에 푸는 돈을 3.3배, 일본은행은 1.6배로 늘렸다”며 “그동안 이 돈이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시장 관계자의 말을 따서 4일 전했다. 풀린 돈이 역류하기 시작하면, 실물경제 흐름과 무관하게 위험자산인 주식으로부터 자금이 급격히 이탈할 가능성이 있고, 최근 일본 증시 급락에는 이런 우려감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우에노 야스나리 미즈호증권 분석가는 “시장이 오랫동안 양적완화에 젖어 있었기 때문에 수정의 움직임이 나타나자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이탈하는 자금이 어디로 갈지는 뚜렷이 잡히지 않는다. 일본 증시에서 최근 급격히 자금이 이탈했지만 일본 장기국채 가격은 미세하게 오르는 데 그쳤다. 미국의 국채 가격은 최근 하락했다. 원유나 구리 같은 자원 가격도 약세다. 시장은 지금 ‘모든 소가 다 까맣게 보이는 밤’으로 들어서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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