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하는 농민 20일 오후 경기 의왕시 한국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 대강당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서 통로에 앉아 있던 한 농민단체 회원(손든 이)이 송주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조사 발표를 듣던 중 내용이 터무니없다고 항의하고 있다. 의왕/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필리핀, 시장개방 5년 미루는 대신
의무수입물량 2.3배로 늘려 수용
한국도 9월까지 방침 통보해야
의무수입물량 2.3배로 늘려 수용
한국도 9월까지 방침 통보해야
우리나라와 더불어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쌀 관세화(시장개방)를 유예받고 있는 필리핀이 협상을 거쳐 다시 한시적으로 쌀 관세화를 유예받게 돼, 같은 처지에 있는 한국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세계무역기구는 19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상품무역이사회를 열어 필리핀의 쌀 관세화 의무를 2017년 6월 말까지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해 이를 받아들이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농림축산식품부가 20일 전했다. 필리핀은 쌀시장 전면개방을 피하는 대신, 쌀 의무수입물량(MMA)을 35만톤에서 80만5000톤으로 2.3배 늘리기로 하고, 쌀 이외 품목 개방 요구를 7개 나라에 대폭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수입물량의 쌀 관세율도 현재 40%에서 35%로 낮추는 한편, 희망하는 모든 국가에 국별쿼터(3개국 13만8000톤→7개국 75만5000톤)를 제공하기로 했다.
필리핀은 2012년 3월부터 쌀 관세화 유예를 추가 연장하기 위해 ‘의무면제’(waiver) 협의를 추진해왔고, 상품무역이사회에 8차례 상정한 끝에 성공했다. 웨이버란 세계무역기구 설립을 위한 ‘마라케쉬협정 제9.3조에 의거해 ‘예외적인 상황’의 경우 세계무역기구 회원국의 의무를 면제하는 것을 말한다. 필리핀은 의무면제가 종료되는 2017년 7월1일부터 쌀을 관세화하기로 약속했다,
필리핀의 웨이버 협상 성공은 올해 말로 쌀 관세화 유예 종료를 앞둔 한국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0일 경기도 의왕시 한국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 대강당에서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를 열고 농업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러나 정부와 현격한 견해 차이만 재확인했다.
박형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쌀 관세화 유예 종료는 관세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쌀 개방여부는 정부의 협상력에 달려 있다. 지금은 외교적 협상에 집중적으로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쌀 소비가 주는데 의무수입물량을 추가로 늘려주는 것은 우리 쌀 산업에 큰 부담이다. 웨이버를 하더라도 결국은 웨이버 종료시 관세화 이행이 불가피하다”며 관세화의 불가피성을 내비쳤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 이후 세계무역기구는 모든 농산물에 대해 관세화로 시장을 개방하도록 했는데, 한국은 20년 동안 두차례 쌀 관세화를 유예받았다. 이에 따라 오는 9월까지 쌀 관세화 여부에 대한 방침을 세계무역기구에 통보해야 한다.
의왕/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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