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세계경제
일본의 디지털가전 업체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의 국내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국내 부품조달이 녹록치 않아 발을 구르고 있다.
마쓰시타전기는 플라스마 패널 등의 국내생산 확대로 부품수요가 크게 늘어나 새로운 부품업체 확보에 적극 나섰다. 올 초부터 처음으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술제안회를 열어 품질과 가격 등에서 적절한 조건을 갖춘 업체를 찾고 있다. 기존 업체들은 이미 공장을 전면 가동 중이어서 생산 확대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새 업체들을 확보하지 못했다. 자동차 제조업체 다이하쓰공업은 지난해 말 규슈 오이타현에 새 차체 공장을 지었다. 규슈지역 업체들로부터 부품을 모두 조달받으려 했으나, 그 비율은 절반 정도에 그쳤다. 다이하쓰는 부품업체를 찾아 주변의 다른 지역 뿐아니라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 업체가 국내 부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자업자득이나 다름없다. 1990년대 장기불황을 거치면서 대기업들이 해외로 공장들을 옮기는 바람에 공생관계에 있던 일본 내 중소기업들의 도산이 잇따른 것이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의 중소 제조업체는 2004년 26만8천곳으로, 10년 전에 비해 30% 감소했다. 부품공급이나 위탁가공을 맡은 대기업의 하청업체의 비율은 전체 중소기업의 60% 이상에서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기업들이 다시금 국내로 돌아오고 있지만 이제는 부품업체들이 모자라 뒷받침이 어려운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부품업체들은 특히 장기불황의 쓰라린 경험으로 인해 섣불리 생산규모를 늘리려 하지 않는다. 대기업의 공장 회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다. 때문에 공장은 국내로 돌아와도 부품은 아시아 나라들로부터 공급받는 방식의 국제분업이 진척될 가능성이 높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전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