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한달 전에 포괄적 틀에서 일단 1단계 무역 합의에 도달했으나 정작 최종 타결 서명에 이르기 위한 세부 협상 과정은 삐걱대며 장기화하고 있다. 올해 안에 양국 정상이 1단계 합의에 서명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하고 있다. 여기에 홍콩인권법을 둘러싼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최종 합의가 성사될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 애플 조립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이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중국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21일 <블룸버그>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 무역협상이 ‘다소의 진전은 있지만 실패 위험의 그림자도 드리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현재의 협상 상황을 “성패가 갈릴 수 있는 단계에 있다. 쉽게 망가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로이터> 통신도 무역 전문가들과 백악관 소식통들을 인용해 1단계 최종 합의서명이 내년으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다. 현재 세부 협상 과정에서 중국 쪽이 미국의 기존 보복관세 전면 철회를 더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 미국도 중국에 대한 양보 요구안 강도를 더 높이면서 교착 상태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들은 “미국으로선, 서명 합의를 위해 기존에 중국산 상품에 부과한 일련의 보복관세를 철회하는 쪽으로 중국 요구를 수용해주면 중국의 지적재산권과 기술 강제이전 이슈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보복관세를 철회하면 ‘만족스런 수준의 합의’가 될 수 없다고 여기는 셈이다.
양국은 그동안의 세부협상에서 양국 간 합의 사항 이행을 보장할 조건을 둘러싸고 일부 진전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양국 협상단은 △미국이 기존에 부과한 고율 관세철회 혹은 완화의 범위 △중국의 농산물 수입 등 쟁점 등에서 좀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모를 향후 2년간 500억달러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수입액 규모는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해 중국이 강제해온 기술이전 요구를 폐지하라는 미국의 요구도 핵심 쟁점 중 하나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중국의 경제구조 자체를 바꾸는 수준의 합의를 원하고 있다.
양국 간 세부협상이 장기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월 초에 만나 합의안에 서명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도 후퇴하고, 양국 정상이 연내에 만날 가능성도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현재로선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가 예정된 12월15일이 1단계 협상 타결 여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부터 중국산 제품 1600억달러 어치에 대해 15%의 관세를 추가로 물리는 조처를 실행하겠다고 위협해왔다.
‘연내 서명 합의 불발’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쪽 협상대표인 류허 중국 부총리는 20일 밤 베이징에서 열린 한 만찬에 참석해, 홍콩 사태 등을 둘러싸고 양국 사이에 또다른 긴장이 조성되고 있지만 양국 간 협상은 계속되고 있으며 1단계 합의 서명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류허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중국은 국영기업 개혁, 금융부문 시장개방, 지적 재산권 보호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이 중국경제 개혁 방안으로 요구하고 있는 핵심사항들이다. 그는 또 이날 만찬 참석자들에게 미국의 요구가 “당혹스럽지만” 1단계 무역합의는 타결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샬렌 바셉스키는 이날 <로이터> 통신에 “단기간에 전술적으로 양국이 합의해 긴장을 약화시킬 수 있겠지만 문서로 확정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대립은 해소하기 어렵다”며 “양국은 지금 변곡점에 와 있다. 최종적인 타협 성과가 불발되는 사태를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지난 20여년간 그래왔듯 중국과 서방은 여전히 서로의 관계를 신중하게 관리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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