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월 주택 가격이 15년 만에 최대 폭의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리다주 서프사이드에 매물로 나온 주택. 서프사이드/AP 연합뉴스
미국의 3월 주택 가격이 약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3월 전국주택가격지수가 지난해 3월보다 13.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25일 보도했다. 이는 2005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주택 가격 오름세는 10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10개 주요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12.8%, 20개 주요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13.3% 각각 뛰었다. 20개 도시 지수는 이 신문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2.4%보다 0.9%포인트 높은 것이다.
한해 사이에 가격이 20% 급등한 애리조나주 피닉스가 22개월 연속 가장 집값이 많이 오른 도시로 기록됐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가 19.1% 상승으로 그 뒤를 이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과거에 비해 많이 낮은 상황에서 주택 구입 수요가 여전히 강한 것이 최근 가격 상승의 주요인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부동산중개인협회(NAR) 자료를 보면, 3월 말 매물로 나온 주택은 지난해보다 28.2% 줄어든 107만가구에 그쳤다. 크레이그 라자라 에스앤피 다우존스 지수 운영이사는 “이번 데이터는 코로나19가 도심 아파트에서 교외 주택으로 옮기려는 수요를 부추겼다는 가설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한편,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현재의 집값 상승은 주택 비용과 주택시장 접근성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주택시장을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특히 적정 가격대의 새 집을 공급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키 대변인은 많은 가정에 집은 중요한 재산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일부 사람들이 느끼는 (집값 상승의) 금융 효과는 긍정적”이라며 집값 상승을 억제할 정책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적했다.
대표적인 주택 가격 지수인 케이스-실러 지수의 전국 지수는 25일 현재 243.66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지수는 집값 거품이 원인이 된 2008년 금융위기 전인 2006년 중반 184를 기록한 뒤 급격히 하락해, 2012년에 133까지 하락했다. 지수는 그 뒤부터 상승해 약 80%가 오른 243을 갱신했다.
이 지수를 고안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지난 23일 <시엔비시>(CNBC)와의 회견에서 “실질 가격에서, 주택 가격이 이렇게 높은 적이 없었다”며 2003년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러 교수는 금융위기를 촉발한 주택 거품이 2005년부터 꺼지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 2년 전인 2003년과 양태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2003년에는 급격히 치솟는 집값에 추동돼 주택 착공도 급격히 많아졌는데, 현재도 치솟는 집값에 따라 주택 착공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러 교수는 주택 가격의 지나친 고평가에다 늘어나는 주택 착공으로 3~5년 뒤에는 주택 가격이 실질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현재 많은 상승 동력을 갖고 있다”며 “그래서 아마 1년을 기다린다고 주택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기섭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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