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카고대 노년층 성생활 조사
섹스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가? 미국의 <뉴잉글랜드의학저널>은 23일 노인들의 성생활에 관한 심층연구 결과를 통해 이같은 ‘편견’에 일침을 놓았다.
3천여명의 57~85살 미국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 지난 1년동안 한 번이라도 섹스를 했다는 응답 비율은 △57~64살이 73% △64~75살이 53% △75~ 85살은 26%이었다. 성생활을 계속 하고 있는 노인들 대부분은 그 횟수가 한 달에 2~3번 이상이라고 답했으며, 가장 높은 연령층에서 23%은 심지어 ‘주1회 이상’이라고 답했다. 75~85살 노인 4명 가운데 1명은 주1회 섹스를 즐기고 있다는 의미다.
57~75살의 노인 절반 이상은 오럴 섹스를 한다고 답했으며, 75~85살에서도 이 비율은 3분의1 수준이었다. 성생활을 하고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남성 50% 및 여성 25% 가량이 자위행위를 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그렇다고 노인들이 마냥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기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 1년동안 1명 이상의 상대와 육체관계를 나눴다고 답한 이들은 남성은 3.5%, 여성은 1.5%에 그쳤다.
노인들의 ‘욕구’가 이처럼 왕성하다고 해서 성생활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건강이었다. 성생활을 하고 있는 노인들 가운데,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다’고 답한 노인들 수가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답한 이들의 2배였다. 전체 노인 가운데 절반가량은 적어도 하나 이상의 성적 기능의 문제를 겪고 있기도 했다. 남성은 발기 곤란과 흥미 부족, 너무 빠른 절정감 등을, 여성은 흥미 부족, 윤활 부족, 절정 느낄 수 없다는 점 등을 대표적으로 꼽았다. 성생활을 하고 있는 노인들 가운데 4분의1은 이같은 문제가 섹스를 기피하게 만든다고 답했다.
여성들의 경우엔 배우자 사망 등으로 인한 섹스 파트너의 부재도 성생활의 장애였다. 가장 높은 연령층인 75~85살 노인들에서 배우자가 있는 남성 노인은 71%였지만, 여성 노인은 37%에 그쳤다. 이 연령대에서 지난 1년동안 섹스를 했다는 비율은 남성 39%, 여성 17%였다. 전체 대상자 가운데 섹스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도 여성은 35%이었으나, 남성은 13%이었다. 이 밖에도 노인 남성 14%가 지난 1년동안 성생활을 위해 비아그라 등 의약품이나 보조기구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여성은 1%였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50살이 넘은 뒤 의사에게 성상담을 받은 비율은 남성이 38%, 여성이 22%로 공통적으로 저조하게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시카고대학의 스테이시 린도 박사는 “노인은 젊은이들의 미래”라고 말하고 “이번 연구로 기존 편견들과 배치될 수 있는 대화의 창이 열리기를 희망한다”며 사회적 편견을 지적했다.
이 연구는 2005년 7월부터 2006년 3월까지 여성 1550명과 남성 1455명을 상대로 2시간짜리 심층 대면 면접과 혈액검사 등 건강검사를 통해 이뤄졌다. 조사 대상 노인 가운데 10%가 아프리카계, 6%는 히스패닉계였으며, 응답률은 84%의 높은 수준을 보였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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