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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해외토픽

“아서 밀러는 비정한 아버지였다”

등록 2007-09-02 18:57수정 2007-09-03 00:30

아서 밀러
아서 밀러
미 월간 ‘배니티페어’ 보도
다운증후군 아들 30여년 숨겨
‘다운증후군 아들을 아들로 인정하지 않았던 비정한 아버지.’

20세기 희곡의 명작 <세일즈맨의 죽음> <더 크루서블> 등의 작품을 남긴 아서 밀러(사진·1915~2005)는 자신의 아들이 태어난 지 1주일 만에 양육기관에 보내버리고 평생 ‘없는 셈’ 친 비정한 아버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밀러는 1960년대 후반 세번째 부인인 사진작가 잉게 모라스와의 사이에서 아들 대니얼(40)을 낳았으나, 다운증후군을 앓는 그의 존재를 30년이 넘도록 숨겼다고 미 월간 <배니티페어>가 최근호에서 보도했다.

밀러는 1987년 출간한 자서전 <타임벤즈>에서도 아들을 언급하지 않았다. 2002년 어머니 모라스의 부고장에도 대니얼의 이름은 없었다. 2003년 마틴 곳프리드가 쓴 그의 전기에선 대니얼의 탄생이 잠깐 등장하지만, 밀러는 입을 열지 않았다. 밀러의 장례식장에서도, 추모행사에서도 대니얼은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1995년 한 강연회에서 대니얼이 아버지 밀러에게 ‘뛰어가 반갑게 껴안은’ 만남만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공개석상에서는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대니얼의 누나이자 밀러의 딸인 러베카는 “대니얼에게 왜 그랬는지를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돌아가신 아버지 자신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니얼에 대한 밀러의 ‘인정’은 그가 숨을 거두기 직전에 이뤄졌다. 그는 2005년 숨을 거두기 6주 전에 대니얼에게 다른 세 자녀와 동등한 몫의 유산을 남긴다고 유언장의 내용을 고친 것으로 전해졌다. 미안한 마음을 담아 아들에게 내민 ‘화해의 손짓’이었다. 대니얼은 아버지의 막대한 유산을 직접 물려받는 바람에, 더이상 정부의 장애인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을 뿐 아니라 그동안 받은 지원을 정부에 되갚아야 하는 처지에 빠졌다. 그는 여전히 보조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다.

<배니티페어>는 극작가인 밀러가 “자신이 원하는 인생의 각본에 맞지 않는 주요 인물을 제거해 버린 셈”이며 “수치심, 이기심, 두려움 등 어떤 감정으로 그런 일을 저질렀든지, 그는 진실을 감추려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 한가운데 뻥 뚫린 구멍만 남겼다”고 평가했다. 그의 전기를 쓴 곳프리드는 “밀러가 <세일즈맨의 죽음>을 썼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며 “아무리 나쁜 인간이라 하더라도 연극계가 관심을 갖는 것은 그가 위대한 극작가라는 것”이라며 밀러를 옹호했다.

밀러는 자신의 대표작인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젊음과 열정을 바친 직장을 잃고 궁지에 몰린 채 가족에게 보험금을 남겨주고자 자살을 택하는 ‘위대한’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바 있다. 그는 이 작품으로 1949년 퓰리처상과 뉴욕비평가협회상 등을 받아 세계적인 극작가가 됐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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