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고거래 누리집에 올라온 소규모 수력발전기.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갈무리
중국 당국이 비트코인 채굴을 막으면서, 채굴 장비뿐만 아니라 소규모 발전 장비까지 중고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29일 중국 당국이 비트코인 채굴 단속을 강화함에 따라, 50메가와트 정도의 전기를 생산하는 소규모 수력발전 장비들이 중고 시장에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풍부한 수자원을 바탕으로 대규모 수력발전이 이뤄지는 쓰촨성 등에서 이런 매물이 많았다.
중국의 중고 매매 누리집에는 수력 발전 설비를 10만위안(175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사진과 함께 올라와 있고, 570만위안(10억원)에 설비 일체를 판다는 글도 등록돼 있다.
중국 당국의 암호화폐 채굴 단속이 강화되면서 발전 설비 매물이 늘었고, 이에 따라 장비 가격도 떨어졌다고 한다. 이들은 “수력발전 장비를 구입하면 비밀리에 암호화폐를 채굴할 수 있다”는 식으로 구매자들을 설득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중국은 수량이 풍부한 지역의 경우 민간이 운영하는 소규모 수력발전소들이 널리 퍼져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중국 양쯔강 유역의 9개 성에만 이런 발전소들이 최소 2만5천여곳에 이른다고 <중국 에너지뉴스>가 보도했다. 이들은 공공 기관을 대신해 전기 공급이 어려운 농촌 지역 등에 전력을 공급하며, 에너지 절약과 홍수 방지 등의 역할도 한다.
하지만 일부 수력 발전업자들이 무분별하게 환경을 훼손해 당국으로부터 시정·폐쇄 명령 등을 받았고, 이들은 암호화폐 채굴업자들과 손잡고 발전을 계속해 나갔다.
중국은 지난달 21일 경제 분야를 담당하는 류허 부총리가 국무원 금융안정발전위원회를 통해 비트코인 거래는 물론 채굴도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한 뒤 지방 정부들이 속속 후속 조치를 내놓고 있다. 특히 수력발전이 중심인 쓰촨성은 지난 18일 성내 비트코인 채굴(코인 생성) 업체 26곳에 폐쇄 명령을 내렸다. 쓰촨성 외에 네이멍구 자치구와 신장위구르 자치구 등도 폐쇄에 나서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 능력이 90% 이상 중단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