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페이스북 본사에 설치된 ‘좋아요’ 로고 모습. AP 연합뉴스
미국 연방·주 정부들이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이 28일(현지시각) 법원에서 기각됐다. ‘아이티(IT) 공룡’들의 커지는 영향력을 견제하려 해온 미 정부와 정치권이 일격을 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디시(DC) 연방법원의 제임스 보즈버그 판사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46개 주 검찰총장이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을 상대로 낸 두 건의 반독점 소송을 기각해달라는 페이스북의 요청을 이날 수용했다.
보즈버그 판사는 연방거래위원회가 페이스북이 소셜미디어 시장의 60%를 초과해 지배한다는 주장을 입증하는 데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기각했다. 그는 “연방거래위원회는 마치 페이스북이 독점이라는 전통적 인식을 법원이 그저 인정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보즈버그 판사는 연방거래위원회가 30일 안에 근거를 보강해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즈버그 판사는 또 다른 소송도 기각했다. 주 검찰총장들은 페이스북이 2012년 사진공유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을, 2014년 메신저 앱인 왓츠앱을 각각 인수함으로써 미래의 잠재적 경쟁자들을 없애버리고 시장을 독점했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보즈버그 판사는 소송이 너무 늦었다며 기각했다.
이번 결정을 두고 미 언론은 페이스북이 정부 규제와의 싸움에서 “큰 승리”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페이스북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오늘의 결정이 페이스북에 대해 정부가 낸 소송에 결함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 기쁘다”고 환영했다. 이번 소송에서 페이스북은 ‘틱톡’ 등을 언급하면서, 급성장하는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페이스북은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라고 반박해왔다. 이날 승소에 페이스북 주가는 4.2% 상승한 355.64달러에 마감하며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페이스북 등 ‘아이티 공룡’의 힘을 빼려 한목소리를 내온 미 당국과 정치권은 본격 소송을 시작하기도 전에 험로를 재확인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도 도전이다. 연방거래위원장 출신인 윌리엄 코바킥 조지워싱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방거래위원회와 각 주들은 이번 소송에 최고의 재능을 쓰고도 초장부터 나가떨어졌다”며 “이런 소송에서 공공 기관이 성공하기 얼마나 어려운지를 환기해준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마존 등 거대 기술기업 규제를 강력하게 주장해온 리나 칸 컬럼비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난 15일 연방거래위원장에 임명한 터다.
정치권에서는 법 개정 주장이 나왔다. 상원 법사위 반독점 소위원회 위원장인 에이미 클로버샤 의원(민주당)은 “이번 결정은 우리의 경쟁법이 왜 갱신돼야 하는지 정확히 보여준다”며 “반독점 정책을 약화시킨 수십년간의 대법원 결정 이후, 우리는 시장을 경쟁적이고 개방적이며 공정하게 유지하는 데 법원에 의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 사법체계가 반독점의 폐해를 매우 좁게 해석해온 점을 비판한 것이다. 하원 법사위 반독점 소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켄 벅 의원 또한 트위터에 “반독점 개혁이 긴급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의회는 반경쟁 행위를 하는 거대 기술기업들을 뒤쫓기 위해 반독점 집행기관에 추가적인 수단과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에 페이스북이 도구로 활용된 이래 페이스북의 영향력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워싱턴 정가의 주요 화두가 됐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보수 진영은 페이스북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검열한다고 비난했고, 진보 진영은 페이스북이 트럼프의 정보 왜곡을 방치한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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