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일 밤 워싱턴의 내셔널몰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축하 불꽃놀이를 관람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각) “미국이 함께 되돌아오고 있다”며 코로나19를 딛고 정상으로 향하는 자신감을 천명했다. 그러나 델타 변이 확산 등으로 인해 ‘코로나19로부터의 독립’을 화끈하게 선언하지는 않은 채 국민에게 백신 접종을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잔디밭에서 의료 종사자, 구급대원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독립기념일 축하 연설을 했다. 그는 미국이 백신에 힘입어 여행과 고용, 학교 등 경제가 재개되고 있다면서 “오늘 전국에 걸쳐 우리는 미국이 함께 되돌아오고 있다고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우리는 가장 어두운 나날을 겪었다”며 “이제 우리는 가장 밝은 미래를 보려고 한다. 이 나라는 특별한 나라”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초 7월4일을 코로나19로부터의 독립 목표일로 제시했으나, 이날 그의 연설은 거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애초 세운 ‘성인 70%에게 백신 최소 1회 접종’ 목표는 67%에 그친 데다,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델타 바이러스의 위협이 미국에도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45년 전 우리는 멀리 떨어진 (영국) 왕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다”며 “오늘 우리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부터의 독립 선언에 어느 때보다도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각) 시민들이 워싱턴 백악관 앞 내셔널몰을 가득 메운 채 불꽃놀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오해하지 마라. 코로나19는 완파되지 않았다”고 경계심을 유지했다. 이어 “델타 변이처럼 강력한 변이가 출현한 것을 우리 모두 안다”며 “이 변이에 최선의 방어는 백신을 맞는 것이다. 백신 접종은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애국적인 일”이라고 당부했다. 독립기념일 연휴가 백신 접종률 낮은 지역 등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보건전문가 등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코로나19 독립 선언’에 못 미쳤지만, 이날 미 전역에서 벌어진 기념행사는 미국이 코로나19 이전으로 진입했음을 전세계에 과시하기에 충분했다. 백악관과 그 앞 내셔널몰, 전국 각지에서 불꽃놀이와 퍼레이드에 참여한 이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늦은 밤까지 축제를 즐겼다. 미 언론은 올해 독립기념일 행사가 코로나19 이전에 가까운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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