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5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의 덴마크 영사관을 에워싸고 2천여명이 마호메트 풍자 만화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도중, 불타고 있는 영사관 건물 앞에서 한 시위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
이란 “유럽과 교역 중단 검토” 이라크 “재건 지원금 거부”
방글라데시도 덴마크 대사 소환 항의문서 전달 예정
방글라데시도 덴마크 대사 소환 항의문서 전달 예정
“대화” 5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덴마크인 수백명이 마호메트 풍자 만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평화로운 대화”를 시작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코펜하겐/AFP 연합
이슬람 예언자 마호메트(무함마드) 풍자만화에 대한 이슬람권의 항의가 거리시위에서 외교·무역 등 정치문제로 번져가고 있다. 이란에서는 5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번 사태와 관련된 나라들과의 교역 중단을 검토할 위원회가 구성됐다. 또 이날 이란 외무부가 덴마크 주재 대사를 소환해 이번 파문으로 대사 소환 국가는 시리아·사우디아라비아·리비아를 합쳐 4개국으로 늘었다. 방글라데시도 자국 주재 덴마크 대사를 불러 항의문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무슬림들의 항의시위는 6일에도 이란과 타이와 인도네시아, 인도, 인도령 카슈미르, 아프가니스탄 등으로 확대됐으며, 곳곳에서 대사관으로 진입하려다 경찰들과 충돌이 벌어졌다. 아프가니스탄 동부 메흐탈람의 시위 도중 총격사건이 일어나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치는 등 인명피해도 늘고 있다. 이라크 남부에 주둔중인 덴마크군에게 총격과 돌팔매질이 가해졌다. 이런 가운데 지식인 사회를 중심으로 양쪽의 자제를 호소하면서 해법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또 페르 스티 묄레르 덴마크 외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이슬람회의기구(OIC)를 방문해 이번 사태의 진정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아에프페통신> 등이 보도했다. 정부간 갈등으로 번져=이라크 교통부도 5일 덴마크, 노르웨이 기업들과 체결했던 계약을 취소하고 두 나라의 이라크 재건자금 지원도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이라크 교통부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항공·항만·철도·해상운송 분야 계약을 포괄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팔레스타인 문제, 미군의 아부그라이브와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 학대 등으로 이슬람권에 쌓인 분노가 ‘예언자 모독’이라는 도화선을 통해 폭발했기 때문이지만,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된 일부 아랍국 정부가 이를 이용하는 것도 한 이유라고 <인디펜던트> 등이 지적했다. 4일 시리아의 덴마크 대사관 주변에서 일어난 시위에는 시리아 정부가 개입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푸아드 알시니오라 레바논 총리는 지난 주말 덴마크 영사관에 대한 방화시위 현장에서 체포된 176명 중 “76명이 시리아인”이라며 외부세력이 사태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지 아리디 레바논 정보장관은 6일 이번 사태에 대해 “레바논 내각이 덴마크에 사과한다”고 밝혔으며, 하산 사베 내무장관은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레바논에선 시리아가 이번 사태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종파간 갈등이 악화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 레바논 수니파 최고지도자인 모하메드 라시드 캅바니도 “군중 가운데 불순한 의도를 가진 주동자들이 있으며, 폭력행위는 이슬람 이미지를 왜곡할 뿐”이라며 사태 진정을 호소했다.
‘반무슬림 정서’를 겨냥한 유럽 우익단체들의 행동도 시작되고 있다. 4일 코펜하겐 북서쪽 힐레뢰드에서는 우익단체 회원 수십명이 “덴마크인들을 위한 덴마크”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상호 이해와 존중” 호소=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고위대표는 성명을 통해 “이슬람의 평화적 이미지를 훼손하는 폭력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각 지역의 정치·종교 지도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6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공동기고를 통해 “최근의 사태는 서구와 이슬람의 문화 차이에 대한 상호 이해 부족 때문”이라며 “문명간 평화공존을 위해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타리크 라마단 옥스퍼드대 교수도 이 신문 기고에서 “유럽사회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이민자들과 함께 변하고 있다”며 “유럽인들은 종교 풍자에 익숙지 못한 이슬람권 문화를 이해하고, 무슬림들도 종교 풍자가 유럽 문화의 일부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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