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2020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잉글랜팀 마지막 키커로 나선 부카요 사카가 실축한 뒤 동료들의 위로를 받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유로 2020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를 실축한 3명의 잉글랜드 선수들에게 인종차별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의 실축으로 패배해 우승 기회를 날렸다는 것인데, 감독과 동료, 총리 등이 인종차별적 비난을 비판하고 나섰다.
12일(현지시각) <비비시>(BBC)와 <로이터> 통신 등 보도를 보면,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마커스 래쉬포드와 제이든 산초, 부카요 사카의 소셜미디어는 팬들이 남긴 인종차별적 비난과 욕설로 채워졌다. 전날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2020 이탈리아와의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3~5번째 키커로 나선 세 선수가 모두 실축해 2대 3으로 졌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세 선수는 모두 백인이 아니어서, 일부 팬들의 비난이 인종차별적 발언과 공격으로 이어졌다.
선수들의 소셜 미디어에 원숭이와 바나나 이모티콘을 올리는가 하면,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특히 마지막 키커이자 나이지리아 이중국적자인 사카가 집중 표적이 됐다. 트위터는 24시간 동안 1000개 이상의 게시물을 삭제하고, 다수의 계정을 정지시켰다고 밝혔고, 런던 경찰청은 소셜미디어의 인종차별적 발언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팬들의 언어 폭력이 지속되자, 잉글랜드 대표팀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비판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고, 잉글랜드 축구협회(FA)도 성명서를 발표해 인종차별 행위를 멈출 것을 당부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도 “잉글랜드팀은 소셜미디어에서 인종적 차별이 아니라 영웅으로서 박수를 받을 만 하다”며 “끔찍한 차별을 한 사람들은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