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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이슬람 선지자 그렸다 16년 숨어 산 덴마크 만평가 별세

등록 2021-07-19 20:43수정 2021-07-19 22:04

쿠르트 베스테르고르, 향년 86살
머리에 폭탄을 쓴 것으로 묘사
덴마크 만화가 쿠르트 베스테르고르의 2010년 당시 모습. EPA 연합뉴스
덴마크 만화가 쿠르트 베스테르고르의 2010년 당시 모습. EPA 연합뉴스
한 편의 만평을 그렸다가 16년을 숨어 살아야 했던 덴마크의 만화가가 18일 별세했다. 향년 86.

독일 <데페아>(DPA) 통신 등은 덴마크 만화가 쿠르트 베스테르고르의 가족들이 그가 이날 오랜 숙환으로 숨졌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베스테르고르는 1980년대 덴마크 비뷔에 본사를 둔 보수 신문 <윌란스 포스텐>에서 만평 작가로 일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만평가였던 그는 2005년 9월30일 이 신문에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의 얼굴을 그렸다가 유명해졌다.

당시 <윌란스 포스텐>은 이슬람에 대한 덴마크 사회의 자기검열 세태를 드러내기 위해 ‘무함마드 얼굴’이라는 제목의 기획을 했고, 만화가 12명에게 무함마드의 얼굴을 그리도록 해, 이를 3면에 실었다. 한 만평가는 이슬람 상징인 별과 초승달을 활용해 무함마드를 그렸고, 칼을 든 무함마드를 그린 만평가도 있었다.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베스테르고르의 만평이었다. 그는 무함마드가 쓴 검은 색 터번을 폭탄으로 묘사해, 우락부락한 외모를 지닌 무함마드를 그렸다. 일부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의 폭력성을 묘사한 것이다.

이 만평은 발행 직후에는 크게 주목받지 않았으나, 2주 뒤부터 덴마크는 물론 세계 각국 무슬림들의 분노의 대상이 됐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얼굴을 그리는 것은 이슬람 사회에서 금기시되는데, 한발 더 나아가 그를 폭탄에 비유했기 때문이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무슬림들이 모여 반대 시위를 벌였고, 이슬람 국가에 주재하는 덴마크 대사들은 무슬림들의 거친 항의를 받아야 했다. 이듬해 2월에는 무슬림 세계 전체에서 벌어진 폭력 시위가 폭동으로 번져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후폭풍은 지속됐다. 10년 만인 2015년 프랑스의 시사 잡지 <샤를리 에브도>가 그의 만평 등을 실었다가 사무실을 공격당해 12명이 숨졌다.

만평을 그린 베스테르고르는 2005년부터 무슬림들의 타깃이 돼 암살 위협을 받았다. 그는 애초 숨어 살다가 이후에는 집을 요새처럼 만들어 살았다. 말년에는 비밀 거주지에서 경호원들과 함께 숨어 지냈다. 2008년 덴마크 당국은 그를 살해하려 모의한 세 사람을 체포했고, 2년 뒤에는 그의 집에 흉기를 들고 침입한 28살 소말리아 남성을 체포했다.

베스테르고르는 2008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그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만평으로 인해 촉발된 위기가 이슬람의 적응을 심화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며 “두 문화, 두 종교가 이전에 하지 않았던 토의를 하고 있다. 이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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