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미국 경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수십개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의 사이버 해킹을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대중국 압박의 전선을 넓히고 나섰다.
백악관은 19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지난 3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이메일 서버 소프트웨어 ‘익스체인지’에 대한 해킹 공격의 배후로 중국 국가안전부와 연계된 해커들을 지목하고 중국을 비판했다.
백악관은 배포자료에서 “미국은 사이버 공간에서 중국의 무책임하고 불안정한 행위에 대해 오랫동안 우려해왔다”며 “오늘 미국은 동맹, 파트너들과 함께 중국의 악의적 사이버 행동의 양식에 대해 추가적인 세부사항을 공개하고, 그에 대처하기 위한 추가 행동을 취한다”고 밝혔다.
이번 중국 규탄에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영국, 캐나다,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이 동참했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 소속 사이버안보·기간시설안보국(CISA)은 사이버보안 주의보를 발령하고, 중국발 사이버 공격에 동원된 기법 50여가지를 공개했다. 또 법무부는 중국 국가안전부와 연계된 해커 4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2011~2018년 전세계 수십개 기업, 대학들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연구 등에 관한 정보를 훔쳤다고 미 정부는 설명했다.
미 정부는 중국에 추가적인 대응을 암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내일(20일) 세부적인 보고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 언론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똑같은 해킹에 대응해 경제 제재를 가했던 러시아의 경우와 달리, 중국에는 제재를 부과하지 않았다면서 중국 압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이 ‘중국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폭로하지만 제재는 빠졌는데 그걸로 충분하냐. 러시아와의 차이가 뭐냐’는 질문에 “내가 알기로 중국 정부는 이걸 스스로 하지 않고 그걸 하는 이들을 보호하고, 그걸 할 수 있게 편의를 봐주고 있다. 그게 차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엔엔>(CNN)은 이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차이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무부가 기소한 4명 또한 그들이 중국에 있어서 접근에 한계가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중 경제 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에 제재를 가하면 미국 경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추가 행동을 취할 선택지를 갖고 있다”며 “경제적 환경이나 고려 때문에 행동을 못 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중국의 사이버 해킹 비판에 동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동맹들과 연대한 대중국 압박’에 의미를 부여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중국이 어떤 대가를 치를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면서 “중국과 깊은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 동맹들과 함께 중국에 맞서는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사이버 해킹 관련 중국 규탄은 오는 10월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이 사이버 영역에서도 동맹들과 손잡고 중국 압박을 강화하는 모양을 취한 것으로, 명분과 세력에서 중국에 우위를 다져가려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바이든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했던 고율 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만, 홍콩, 신장 위구르 지역의 자치와 민주주의, 인권 문제 등에 관해 비판하는 등 대중국 강경 기조를 대외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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