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야권 운동가이자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와 관련된 누리집 49곳을 차단했다. 푸틴 대통령의 비밀궁전 의혹 등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패 의혹을 보도했던 곳들이다. 지난해 8월 독극물 테러를 당했던 나발니는 지난 1월 체포됐고, 그가 이끌던 조직마저 사실상 와해됐다.
26일(현지시각) <비비시>(BBC) 등은 러시아의 통신감독 당국인 ‘통신·정보기술·매스컴 감독청’이 이날 검찰의 요청에 따라 나발니 관련 정보 자산들을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감독청은 “검찰의 요청에 근거해 26일부터 반부패재단과 시민권리보호재단, 나발니 본부 등의 운영과 관련된 정보 자산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나발니의 개인 블로그(navalny.com)와 나발니 석방 운동 사이트(free.navalny.com), 나발니의 측근인 레오니크 볼코프와 다른 동료 3명의 개인 사이트 등이 차단됐다. 현지 일간 <코메르산트>는 “나발니와 동료들의 사이트 49개가 막혔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9일 모스크바 시법원은 나발니가 조직해 운영해온 비정부기구인 반부패재단과 그 후신인 시민권리보호재단, 전국적 사회운동 조직인 나발니 본부 등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하고, 반부패재단과 시민권리보호재단을 폐쇄하고, 나발니 본부의 활동을 금지하도록 명령했다.
특히 10년 전 출범한 반부패재단은 그동안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비리 의혹을 여럿 폭로해 왔다. 지난 1월에는 흑해 연안 68㎡ 부지에 있는 대규모 리조트가 푸틴 대통령의 비밀 궁전이라는 의혹을 제기했고, 2015년에는 푸틴 대통령의 공보비서가 연봉의 4배가 넘는 62만 달러짜리 스위스 명품시계 리차드 밀을 차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 2014년에는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공사비가 2배에서 25배까지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대항마로 주목받던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비행기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져 독일에서 치료를 받은 뒤 올해 1월 귀국했다가 체포됐다. 그는 재판에서 2014년 사기 혐의로 받은 집행유예가 실형으로 전환돼 3년6개월 징역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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