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램버트 미국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가 28일(현지시각) 워싱턴의 메이플라워호텔에서 한미동맹재단 등이 주최한 평화콘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마크 램버트 미국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부차관보는 28일(현지시각) 20세기에 벌어진 일본의 잔혹행위를 언급하면서도 한국과 일본이 미래 지향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이날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한미동맹재단 등이 주최한 평화콘퍼런스에서 한-일 관계와 미국의 역할에 관한 질문에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은 일본과 한국”이라며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지 않을 때 덜 안전하고, 일본과 한국 또한 서로 협력하지 않을 때 덜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수년 동안 일본, 한국과 공통의 기반을 찾으려 협력해왔다는 점은 비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이어 “솔직해지자. 역사는 바뀌지 않는다. 20세기의 잔혹행위는 있는 그대로다”라고 말해, 일제 강점기 일본의 만행을 가리켰다. 그러면서 “그런 것들을 하나의 바구니에 담아서 그에 맞춰서 다루되, 21세기에 그 나라들을 화합시키는 것들로 또 다른 바구니를 채우는 게 우리의 도전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일본과 관계가 좋으면 한국의 젊은이들은 더 안전하고 더 번영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일본과 미국의 젊은이들에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잔혹행위를 역사적 사실대로 인정하면서도, 과거사와 분리해 한-일이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한-일 관계를 설명하면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무산된 일을 언급했다. 그는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아시아로 향하고 있을 때 서울로부터 들은 첫 보고는 돌파구가 마련돼 문 대통령이 도쿄 올림픽에 간다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우리가 도쿄에 도착했을 때는 그것(한-일 정상회담)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명확했고, 그래서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그 다음날에는 한국과 일본의 외교부 차관들이 도쿄에서 만나 서로를 정중하게 대하고 양국의 공통 기반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보고 안도했다고 덧붙였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거기에 화해와 타협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두 나라(한·일)가 미국의 역할을 원하면 우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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