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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기후 변화에 위험수위 치닫는 나일·메콩·리오그란데강 ‘물 분쟁’

등록 2021-08-03 04:59수정 2021-08-03 08:21

이상 기온 등으로 홍수·가뭄 더 잦아져
전력-농수 공급 난맥상 더 심화

에티오피아-이집트는 나일강
중국-동남아 국가들은 메콩강
미국-멕시코는 리오그란데강 등
물 사용 주도권 놓고 갈등 격화

“새 환경 따라 새 합의” 목소리 커져
에티오피아가 나일강 상류에 건설하고 있는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의 모습.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 트위터 갈무리
에티오피아가 나일강 상류에 건설하고 있는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의 모습.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 트위터 갈무리

세계의 큰 강은 여러 나라를 흐르는 경우가 많다. 다뉴브강은 독일, 헝가리, 우크라이나 등 17개국을 2858㎞ 흘러 흑해로 나가고, 아마존강은 브라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을 6640㎞ 흘러 대서양으로 빠진다. 과거 물의 역할이 제한적일 때 각국은 주로 운항의 자유를 놓고 다퉜지만, 전력 공급과 관개 등 물의 역할이 확대된 뒤에는 물 사용의 주도권을 놓고 사활을 걸고 싸운다.

인류 문명의 발생을 이끈 나일강을 놓고 에티오피아와 이집트는 군사력을 동원할 태세고, 티베트에서 발원한 메콩강을 놓고 벌이는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 간 갈등에는 미-중 패권다툼이 포개진다. 최근 기후변화로 홍수와 가뭄이 잦아지면서는 미국과 멕시코를 흐르는 리오그란데강 갈등이 극심해진다.

에티오피아 “치수로 부흥” - 이집트 “생존 힘들어져”

2011년 에티오피아가 청(blue)나일강 상류에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ERD·르네상스댐) 건설을 시작하면서 생긴 갈등은 완공을 2년 앞둔 올해 격해지고 있다. 상류의 에티오피아는 ‘치수’로 부흥을 이루려 하고, 하류의 이집트는 결사반대한다.

급기야 지난달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르네상스댐 건설을 놓고 에티오피아와 이집트, 수단의 삼국 갈등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이집트와 수단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지난해 6월에 이어 두번째로 열렸다. 이날 안보리 회원국들은 ‘아프리카연합(AU)의 중재 노력을 지지하며 당사국들의 대화를 촉구한다’는 정도의 의견을 내는 데 그쳤다. <로이터> 통신은 안보리 회원국들은 안보리 탁자에 각국의 물 분쟁이 올라오는 것이 관례가 되는 것을 꺼린다고 보도했다.

나일강의 양대 본류 중 하나인 청나일 상류에 자리잡은 에티오피아는 2011년 높이 155m, 길이 1.8㎞, 담수량 740억톤의 거대 댐을 짓기 시작했다. 한국 최대 소양강댐(29억톤)보다 25배 크다. 에티오피아는 이 댐에 6000㎿(메가와트)급 수력발전소를 지어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다. 아프리카 최대이자 전세계에서 7번째로 큰 수력발전소다. 에티오피아 국민의 65%인 7000만명이 전력 부족에 시달리는데, 이 댐을 통해 전력 부족을 해결하고 이웃 국가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에티오피아 에너지 부흥 정책의 핵심 요소다.

에티오피아는 최근 우기를 맞아 이 댐에 물을 담기 시작했다. 지난해 1차 담수에 이어 두번째다. 워낙 거대한 댐이어서 담수를 마치는 데만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나일강 중류의 수단과 하류의 이집트는 르네상스댐 건설이 자국의 수자원 이용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강 하류의 이집트는 결사반대 태세다. 에티오피아가 상류에서 물을 독점해 강의 수위가 낮아지면 이 강에 식수와 농업·공업용수 등 90%를 의존하는 국민의 삶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다.

이집트와 수단은 지난 5월 ‘나일의 수호자’라는 이름 아래 양국 해군과 공군이 참여하는 합동 군사훈련을 했고, 이집트의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에티오피아와의 댐 분쟁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이집트는 막강한 군사력을 가졌지만, 그동안 어떤 나라도 직간접적으로 위협한 적이 없다”며 무력 사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세 나라는 2015년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 모여 수자원 활용 등에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했으나 이후 구체적인 논의 과정에서 틀어져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댐의 초기 담수에 소요되는 기간과 가뭄 때 얼마만큼의 물을 방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상류와 하류 국가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고, 해결책에 강제력을 부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미국의 개입이 실패했고 유엔 안보리도 뒷짐을 진 상황에서, 당사자인 삼국을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중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

미-중 갈등 재연…메콩강은 제2의 남중국해가 되나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은 메콩강(중국명 란창강)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 메콩강은 중국 티베트에서 발원해 미얀마·라오스·타이(태국)·캄보디아·베트남 등 5개국을 거쳐 남중국해로 빠지는 4350㎞의 긴 강이다. 동남아 3억명의 젖줄로, 특히 물 흐름이 완만해지는 메콩강 하류의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는 이 강의 물을 생활용수이자 농업용수, 공업용수로 쓴다.

중국은 1995년부터 이 강 상류에 11개의 댐을 쌓아,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비교적 상류에 위치한 라오스도 중국 자본을 도입해 댐을 짓고 있고, 캄보디아와 미얀마는 중국 자본이 투입된 댐 건설을 놓고 내부 갈등이 벌어져 댐 건설이 중단되기도 했다. 강 하류의 베트남은 2016년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 중국에 댐 방류를 요청해야만 했다. 당시 베트남이 겪은 90년 만의 가뭄은 기후 변화가 주된 원인이지만, 상류에 들어선 댐들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메콩강이 제2의 ‘남중국해’가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중국은 댐 정보를 각국에 제공하는 등 협조 관계를 유지하려 하고 있지만 미국의 개입으로 갈등의 양상이 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미국은 ‘2019년 이 지역에서 발생한 최악의 가뭄은 중국이 강 상류에 건설한 11개의 댐이 원인’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게다가 미국은 지난해 12월 메콩강 관측 시스템인 ‘메콩 댐 모니터’ 사이트를 개설해 중국이 메콩강에 건설한 11개 댐의 수위를 매주 공개하고 있다.

중국도 미국에 맞서 지난해 7월 메콩강 댐들이 오히려 가뭄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반박 보고서를 냈다. 또 11월에는 메콩강 수자원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열었다. 남중국해 영유권 다툼이 메콩강에서 제2라운드로 펼쳐지고 있다.

중국의 하천 분쟁은 이웃 인도와도 벌어지고 있다. 히말라야산맥에서 발원해 중국 티베트와 인도, 방글라데시를 거쳐 벵골만으로 빠지는 브라마푸트라강(중국명 야루짱부강)의 상류에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싼샤댐 발전량의 두 배가 넘는 6000만㎾ 규모의 수력발전소를 짓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직 구상 단계지만, 중국과 영토 분쟁 등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인도는 벌써 중국의 “액체 폭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도는 중국 댐의 충격을 상쇄할 수 있는 댐을 하류 지역에 짓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30여년 전 남북한이 벌였던 금강산댐과 평화의 댐 갈등을 중국과 인도가 재현하고 있다.

기후변화도 영향…70여년 전 합의 새로 짜야 할 판

기후변화와 농업의 발달도 강의 지정학에 영향을 미쳐, 어렵게 도달한 기존 합의가 흔들리기도 한다. 미국과 멕시코의 리오그란데강 갈등이 그렇다.

북중미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과 멕시코는 리오그란데강과 콜로라도강을 공유한다. 강이 국경에 걸쳐 있기 때문에 일방이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양쪽의 협력이 가능한 구도다. 실제 양국은 1944년 두 강의 사용 문제를 합의했다. 멕시코는 리오그란데강 유량의 3분의 1인 4억3000만㎥의 물을 매년 미국에 보내고, 미국은 콜로라도강에서 매년 19억㎥의 물을 멕시코로 보내기로 했다.

양국은 5년에 한 번씩 유량을 정산하는데, 최근 멕시코 북부 지역 가뭄이 이어지면서 멕시코는 지난해 거의 1년치에 해당하는 물 빚을 지게 됐다. 산업 구조의 변화로 멕시코 북부에 농민들이 몰린 것도 한 이유였다. 가뜩이나 부족한 물을 미국에 보내려 하자,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 국경 지역의 농민들은 댐을 점거한 채 거세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지난해 9월 멕시코 농민 1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미국이 멕시코의 물 지급 일정을 유예해주면서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기후변화로 가뭄과 폭우가 빈번해지고 농업 양태가 변화해 비슷한 분쟁이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70여년 전의 합의가 현재에 와서는 적합하지 않다며 합의를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미국 외교매체 <포린 폴리시>는 지난해 “인구 증가와 기후 변화로 필수 자원인 물에 대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번 갈등이 앞으로 이어질 물 분쟁의 ‘예고’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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