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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국제기구 옥스팜, “각국 정부·다국적 기업, 위장 환경주의 악용” 비판

등록 2021-08-05 11:46수정 2021-08-05 13:15

석유수출국기구(OPEC) 로고 앞에 석유를 길어 올리는 채굴장치 모형이 설치돼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석유수출국기구(OPEC) 로고 앞에 석유를 길어 올리는 채굴장치 모형이 설치돼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각국 정부와 기업들에 대해 “비현실적이고 입증되지 않는 탄소 제거 계획” 뒤에 숨어 있다고 비판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과 탄소 매립이나 제거량을 같게 만드는 ‘탄소 중립’(탄소 넷 제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옥스팜은 이런 탄소 중립이 일부 ‘위장 환경주의’(그린 워싱)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옥스팜 영국 지부의 대니 스리스칸다라자는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더러운, 지금까지 해온 대로 기업 활동”를 계속하기 위해 탄소 중립을 위장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하며, 그 대표적인 사례로 석유 기업을 들었다.

그는 “석유회사들이 화석연료를 계속 채굴하면서 이에 상응하는 조림 사업 등을 통해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 경우 산림 조성에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엄청난 면적의 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옥스팜의 계산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배출하는 탄소를 모두 제거할 나무를 심는 데는 인도 대륙 다섯 배 면적의 땅이 필요하며, 이는 전 세계 경작면적과 비슷한 규모이다.

석유회사 중 탄소 중립 계획을 밝힌 곳은 쉘과 비피(BP), 토탈에너지, 이엔아이(ENI) 4곳이며, 시노펙과 엑손모바일, 사우디 아람코 등 많은 기업은 아직 탄소 중립을 약속하지도 않고 있다.

탄소 중립을 약속한 이들 석유회사 4곳의 계획에 따라 계산을 해봐도, 이들 기업이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땅만 영국의 두 배 규모이다.

옥스팜의 기후정책 관련 책임자인 나프토크 다비는 “이들 석유회사 4곳의 탄소 중립 계획만으로도 세계의 유효 토지 대부분이 필요하다”며 “전체 에너지 분야가 같은 계획을 내놓는다면 5억 헥타르의 땅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의 탄소 중립은 식량 생산에 악영향을 끼쳐 가난한 나라의 기아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예측을 낳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9년 이미 정부와 기업이 탄소 중립의 수단을 조림 사업에만 의존하면 식량 가격이 80%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다비는 “가장 중요한 것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 나무를 심어서 탄소 중립을 하겠다고 하면 사람들의 강제이주와 식량 가격 폭등 등 재앙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석유회사 비피의 대변인은 “우리는 탄소 중립 목표를 나무 심기로 상쇄하는 방식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면서도 “그것이 목표를 넘어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엔아이는 옥스팜의 평가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탄소 중립 추진이 독립된 기구의 감사를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2050년까지 대기 중 탄소 순증가를 ‘영’(제로)으로 만들겠다는 탄소 중립 계획에는 전 세계적으로 120여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으며, 많은 기업도 탄소 중립 약속에 동참하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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