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전세계가 사상 최악의 산불 피해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 북마케도니아에서 군인과 지역 주민이 보호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산불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베로보/AFP 연합뉴스
지난달 전 세계가 이상 고온과 함께 2003년 이후 최악의 산불 사태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대기감시 서비스가 집계한 전 세계 산불에 따른 탄소 배출량이 7월에 343메가t을 기록해 지난 2014년 7월의 기존 최고치보다 20% 가량 늘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대기감시 서비스의 선임 과학자 마크 패링턴 박사는 “(올해 7월의 배출량은) 기존 기록을 크게 앞지르는 것”이라며 “2003년 산불에 따른 탄소 배출량을 집계한 이후 가장 큰 많은 양”이라고 말했다.
7월 산불에 따른 탄소 배출량의 절반 이상은 북미와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산됐다. 시베리아의 경우 지난해 최악의 산불 사태를 겪었는데, 올해에도 북동부 사하공화국을 중심으로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사하공화국의 산불은 지난 6월 중순 이후부터 2003~2020년 평균치를 넘어섰으며, 산불 연기가 극동 지역과 태평양까지 퍼져나갈 정도라고 이 기관은 지적했다.
북미의 경우 미국 캘리포니아, 오레곤, 워싱턴주 등과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 서스캐처원, 온타리오주 등에서 6월부터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10년 이상 가뭄이 지속되면서 땅이 바싹 마른 가운데 이상 기온도 이어져 산불에 아주 취약한 상태다. 특히, 올해는 이상 고온이 미국 서부 해안에서 캐나다까지 이어지는 광범한 지역에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와 온타리오에서 지난 두달 동안 기록된 산불 탄소 배출량이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이 기관은 분석했다.
패링턴 박사는 “여러 해 동안 산불을 감시했지만, 북반부의 양쪽(시베리아와 북미)에서 동시에 지속적으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도 올해 들어 지중해 주변국을 중심으로 산불이 잦아지면서, 올해 산불로 타버린 산림 면적이 평년의 8배 규모인 12만8천㏊에 이른다고 유럽산불정보시스템이 밝혔다. 이탈리아의 피해 규모가 2008~2020년 평균치의 4배인 8만㏊로 가장 많았고, 키프러스의 피해 면적은 8배나 늘었다. 터키와 그리스도 지난달 말부터 대규모 산불 사태가 이어지고 있어, 산불 피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연합 재난위험관리국의 헤수스 산미겔아얀스 박사는 “산불에 취약한 지역이 지중해 연안 국가에 국한하지 않고 전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를 확인하듯, 북극권인 핀란드에서도 올 여름 산불이 크게 늘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과학자들은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산불이 가장 잦은 계절이 아직 지나가지 않았으며 남미와 아프리카가 특히 그렇다고 경고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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