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의 한 식당에서 직원이 서빙을 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AP 연합뉴스
미국의 음식점과 슈퍼마켓 등 종사자들의 평균임금이 ‘시급 15달러(약 1만7200원)’를 찍었다. 코로나19로 문 닫았던 가게들이 영업을 재개하고 직원 채용에 나서면서 임금이 빠르게 올랐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음식점의 비관리직 종사자들이 코로나19 이전에는 시간당 13.86달러를 받았으나 노동부의 최신 자료인 6월 기준 15.31달러로 약 10.5% 올랐다고 8일 보도했다. 같은 기간 슈퍼마켓 종사자들의 시급도 7% 오른 15.04달러를 기록했다. 정육점, 수산시장, 사무용품점, 주류판매상, 보육·요양시설, 장애인 보호시설, 청소업체 등도 ‘시급 15달러’에 진입했다. 전체적으로 미국 노동자들 가운데 시간당 15달러 이상을 받는 이들의 비중이 2014년에는 60%였으나 지금은 80%에 이른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편의점과 카페테리아 종사자들이 각각 시급 13.16달러, 14.08달러로 15달러 선 아래에 있지만 이 분야 또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각각 약 17% 가까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편의점 체인인 시브이에스(CVS)는 내년 여름까지 시급 11달러인 초임을 15달러로 올리겠다고 밝히며 대규모 소매상인 코스트코, 베스트바이, 타깃의 뒤를 따랐다.
미국의 전체 산업 분야로 볼 때 비관리직 노동자들의 평균 시급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7.8% 오른 25.83달러다. 전체적으로 빠른 상승이지만, 접객업(10.5%)과 소매업(9.5%) 분야에서 인상 폭이 가파르다. 한번 오른 임금은 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시급 15달러’는 당분간 뉴노멀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문을 닫고 수백만명의 종업원을 해고했던 식당, 소매상 등이 올해 들어 백신 접종과 함께 정상화에 나서면서 구인 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번 일터를 떠난 이들은 정부의 추가 실업수당에 의존한 채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보육 부담 등의 이유로 재취업을 꺼리고 있다.
임금 인상에도 구인난은 여전하다. 놀이공원 체인인 ‘부머스 파크’의 대표 팀 머피는 지난해 10달러이던 시급을 올여름 15달러로 올렸어도 직원 채용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돈을 더 주면 더 뛰어난 사람들을 구했다. 그러나 지금은 돈을 더 줘도 실제로 일하러 나오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했다.
음식점 등의 평균 시급이 15달러로 올랐다는 게 법으로 강제하는 ‘최저임금 15달러’와 같은 의미는 아니다. 이 분야 종사자들의 절반은 여전히 시급 15달러 이하를 받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시간당 7.25달러(8316.48원)인 연방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려 했으나, 지난 3월 코로나19 경기 부양안을 여야 합의로 절충해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외했다. 뉴욕시만 최저임금이 시급 15달러일 뿐, 미국의 나머지 주·시들은 모두 15달러 미만이다.
채용 사이트 인디드의 연구소인 인디드 하이어링 랩의 닉 벙커 국장은 “시간당 15달러를 새 최저임금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그게 길잡이별(guiding star) 임금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일자리) 제안을 비교하는 기준선”이라고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채용업체들은 많은 구직자가 시급 15달러 이하인 곳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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