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타이 방콕에서 시민들이 왕실 개혁을 요구하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실패를 비판하는 시위가 열렸다. 방콕/AFP 연합뉴스
타이(태국)의 왕실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1년만에 재개된 가운데, 타이 정부가 시위 직후 민주화 운동가 10명을 체포했다. 지난해와 달리 타이 당국이 일찍부터 ‘무관용 원칙’을 채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각) <알자지라> 등 보도를 보면, 타이 당국은 반정부 시위 이튿날인 9일 인권변호사인 아논 남파를 비롯해 주말 시위를 주도하거나 시위에 참여한 민주화 운동가 10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의 보석 신청을 모두 거부했다. 아논 남파는 태국 민주·인권 운동에 투신한 것을 인정받아 올해 초 5·18 기념재단이 주는 2021 광주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타이에서는 지난 7~8일 왕실 개혁을 요구하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비판하는 대규모 집회가 벌어졌다. 약 1천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방콕 시내에 집결해 왕실과 군대 예산의 삭감과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무조건적인 사퇴, 코로나19 구호 예산 확대 등을 요구했다.
이날 시위는 치열하게 진행돼 시위대가 왕궁 인근까지 행진했다. 경찰은 왕궁 인근에 대형 컨테이너들을 쌓아 시위대 행진을 막고,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경찰은 시위대를 막기 위해 최루탄과 고무탄을 사용했고, 시위대는 불복종을 뜻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탁구공 폭탄과 돌을 던지며 반발했다. 시위는 이후에도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시위는 지난해 8월10일 왕실 개혁을 요구하는 10가지 요구 사항이 발표된 지 꼭 1년 만에 재개됐다. 지난해 타이의 대학생 등은 오랜 사회적 금기를 깨고 왕실 개혁을 요구했다.
이들은 현실 정치에 관여하는 왕의 정치적 행위와 불투명한 재산 관리,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특권 등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사실상 타이 왕의 힘을 상징적인 수준으로 되돌리라는 요구였다.
지난해 이런 요구사항을 발표한 대학생 파누사야 룽은 1년이 지난 현재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다며 “왕족은 모든 일에 관여하고 있다. 심지어 쿠데타를 승인할 힘을 갖고 있는데 이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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